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어제 중국을 깜짝 방문했다.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3박4일 방북에 이어 주목할 만한 외교 이벤트다. 김 부상과 왕 부장 일행은 같은 비행기를 이용해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동승한 북한의 고려항공편은 이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특사인 린 파스코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 일행을 태우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평양과 베이징을 축으로 벌어지는 움직임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김 부상 일행의 방중 목적과 일정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왕 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구두친서를 전달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 뒤인 만큼 6자회담 재개 및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김 부상의 방중기간 6자회담 재개의 구체적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6자회담 차석대표인 리근 미국 국장을 대동한 것으로 미뤄 미국측과의 접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김 위원장은 전날 왕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한 직접적 언급 없이 당사국들의 성의와 진정성은 강조했다고 한다. 6자회담 지연의 책임을 미국 등 다른 참가국들에 돌리고 선 제재해제의 기존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유엔사무총장 특사 일행의 방북 결과가 변수이기는 하나 최근 국제사회의 기류에 비춰 북한이 이런 자세를 고집하는 한 가까운 시일 내에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다방면에 걸쳐 깊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도 6자회담 재개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중 간의 긴밀한 협조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금강산 개성관광 재개 실무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도 좋지 않은 조짐이다. 6자회담 재개가 늦어지는 것은 북한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국이 상대방의 결단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먼저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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