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아이티처럼 큰 지진이 나는 것 아닌가요?"
아이티 지진 참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9일 경기 시흥시에서 리히터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하자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경고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명이나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굉음과 함께 건물 유리창과 책상 등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을 직접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후 수도권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어서, 향후 수도권 일대 강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진 발생 가능성은 알 수 없어
기상청 관계자는 "규모 3.0은 큰 지진은 아니지만, 인구밀집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진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특히 그 동안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수도권에서는 이례적인 규모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는 위치상 지진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지하의 내부 에너지가 축적됐다 흔들린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지진 뒤에 또 다른 지진이 뒤따를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원론적 수준 외에는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진한 교수는 "한반도가 유라시아판 내부에 존재해 아이티나 일본 같은 지역보다는 안전한 것은 분명하지만, 판 내부더라도 활성단층에 에너지가 축적되면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수도권 일대 강진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활성단층 조사도 안돼
누구 하나 한반도 강진 가능성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지진에 대한 기초 연구자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땅속에 강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활성단층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파악돼 있지 않다.
이 교수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 활성단층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거의 조사되지 않아 구체적인 지진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995년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됐던 굴업도의 활성단층만 유일하게 확인됐다. 한반도 땅 밑이 어떤 상태이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가 아예 없다 보니 지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의존할 수 있는 자료가 지진 통계치이지만 1978년부터 공식적으로 관측되다 보니 32년간의 추이로는 큰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희일 지진연구센터장은 "현 통계로는 유의미한 분석을 할 수 없고, 통계를 보는 관점에 따라 의견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옛 문헌에 '한강에 풀을 뜯던 말이 땅이 흔들려 놀라 도망갔다'등의 내용이 나오는데, 조선왕조실록 등 역대 문헌을 분석해보면 수도권이 200년간의 지진 정지기가 끝나고 활성화되는 시기에 돌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수도권도 수년 내에 규모 5.0~6.0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문헌 자료에서 유추한 주장이어서 정확성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다른 정확한 자료가 없는 한 무시할 수만도 없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지진 가능성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미국의 경우 지진에 대한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활성단층의 위치, 지진주기, 연대 등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는 예산과 연구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