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문제를 다루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태도를 보면, 역대 어느 행정부에서 보지 못한 다급함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는 경제의 틀 안에서만 다뤄져 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표적이다.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세계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중국의 내수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해 미국의 입장을 '원칙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위안화 절상은 경제를 떠나 정치문제로 비화했다. 지난달 매사추세츠 상원 보궐선거 패배는 위안화에 대한 미 행정부의 인식을 바꾼 결정적 계기였다. 치솟는 실업률, 지속되는 경제위기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선거판도를 바꿔 놓았고, 이는 11월 중간선거, 길게는 2012년 대선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집권 민주당과 현 행정부를 압박했다. 한마디로 정권의 명운이 걸린 문제가 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환율에 대한 일련의 발언은 이런 정치적 위기감과 맥이 닿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정연설에서 "5년간 수출을 두 배로 늘려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겠다"며 무역에 대해 운을 뗐다. 이어 이달 초 민주당 의원들과의 자리에서는 "환율로 미국제품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상대국의 환율 절상을 본격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중국은 큰 시장 중 하나"라며 위안화를 정조준했다. 다급해진 정치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이고, 위안화 평가절상은 물러설 수 없는 전제조건이 된 것이다.
경제측면에서 2008년 7월 이후 1년 6개월 동안 위안화 환율이 고정돼 있다는 것도 미국이 공세를 펴는 명분이다. 미국은 그 사이 일자리 500만개(지난해 1월 이후)가 없어졌다.
중국 환율문제는 상당기간 미 정치권의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환율 문제에 대해 미 의회의 기류가 상당히 부정적이고, 자동차 노조 등 업계에서도 불공정 무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환율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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