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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장애인 위한 행복콘서트' 지휘자 서희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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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장애인 위한 행복콘서트' 지휘자 서희태씨

입력
2010.02.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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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우리의 정규 클래식 콘서트장에 서는 것을 본 적은 없어요. 다음 콘서트에서는 그 곡을 꼭 연주할 거예요." 28일 '오케스트라가 드리는 행복 콘서트'에서 사단법인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상임 지휘자 서희태(47)씨는 다짐했다. 지난달 24일 역시 서씨의 지휘로 이 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쳤던 '2010 다울음악회'의 수익금은 전액 소아암과 희귀병 환아, 재활원생을 위해 사용됐다.

어두운 데는 등잔 바로 밑이다. 알비노니의'아다지오'는 웬만하면 제목은 아는 상식적 레퍼토리다. 그러나 누구보다 클래식 현장에 가까이 살면서도, 서씨는 그 작품이 정식 공연되는 것을 본 적 없다. 그의 행보는 그래서 경험에 근거한 구체적 선택의 결과다. 요양원, 재활원 등을 찾아가 음악회 '사랑의 바이러스'를 열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번에는 관객들에게 한강유람선 여행과 식사 대접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음악에 보내지는 박수에 대한 별난 커튼콜인 셈이다. 김연아의 아이스 쇼에 등장한 오케스트라 반주, TV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등장했던 클래식 음악의 음원이 모두 그가 자신의 오케스트라와 만들어낸 작품이다.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서 내린 결정이다. 아이스 쇼 당시 인연을 맺은 중국계 피겨 스타 미셸 콴에게서는 아직도 종종 연락이 올만큼 서씨 특유의 인화력이 한몫한다.

그의 꾸준한 활동은 외국에서 건너와 단 하루 저녁 공연에 1~2억원을 당당히 요구하는 이른바 스타 뮤지션들의 마케팅 관행과 필연적으로 대비된다. 그런 공연에서는 의례적인 환호, 예정된 감동의 봇물이 있을 뿐 연주자는 스타덤을, 관객들은 팬덤을 즐기면 그만이다. 서씨는 공연활동의 사회적 의미를 나눔으로 소생시킨다.

부창부수(婦唱夫隨)였다. 1997년 독창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음악회'를 열었던 그의 부인 소프라노 고진영(46)씨가 먼저 제안했다. 평소 장애아 문제에 관심 많았던 고씨가 공연장은 백 마디 구호보다 휠체어로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에 착목한 것. 객석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친지와 방송 관계자들에게서까지 호응을 얻어 6년째 이어오고 있는 콘서트의 시초였다.

부부는 자신들의 눈을 틔워준 인물로 서울 강남로터리클럽 조정호 회장을 꼽는다. 그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가 있던 주몽재활원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백혈병 환우 돕기' '결식 아동ㆍ소년소녀 가장 돕기' 등 일련의 자선 음악회는 그가 퍼뜨린 바이러스가 증식한 결과다.

서씨가 궁극으로 추구하는 것은 이 시대와 긴밀히 조응하는 클래식이다. 그는 "대학 시절 지게꾼, 막노동 등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한다. "2시간 공연이 끝나면 나는 땀에 후줄근히 젖어 단원들과 기념촬영을 못할 정도"라는 이 '클래식 노동자'는 "공연마다 발생하는 1,000만~2,000만원의 적자를 메워줄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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