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밀어붙이다 시동 못 거는 해치택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밀어붙이다 시동 못 거는 해치택시

입력
2010.02.10 00:10
0 0

뉴욕의 옐로우캡처럼 도시를 대표하는 택시 디자인을 만들겠다며 서울시가 이 달 1일 출범을 목표로 추진해온 '해치택시'사업이 일부 차량 제조업체와 택시기사들의 반발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25개 자치구에 보낸 공문을 통해 '차량 전체를 꽃담황토색으로 입힌 해치택시 출고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돼 꽃담황토색 택시 이외의 차량도 등록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21일 택시운송사업조합에 '2월 1일부터는 꽃담황토색 해치택시가 아닌 택시는 등록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을 감안하면 열흘 만에 입장을 바꾼 셈이다.

김경호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해치택시 생산을 앞두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의 내부 준비 과정 때문에 조금 늦춰진 것"이라며 "이 날 도색차량을 입힌 차량을 공장에서 확인했으며, 3월 중에는 해치택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치택시 도입에 불만을 제기해온 자동차 제조사들은 업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서울시의 '속도전'을 성토하고 있다.

외국계인 르노삼성과 GM대우는 지난달 말 코트라의 외국인투자 옴부즈맨 전담팀에 '서울시 정책이 진입규제'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시의 요구처럼 특정 색상으로 차량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데 2월 1일까지 생산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도색을 물감 색칠하는 것처럼 간단한 공정으로 이해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택시 차량 시장점유율이 85%나 되는 현대ㆍ기아차 생산일정을 따라오라고 요구하는 듯한 시의 정책은 독과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기분 좋게 차량을 만들고 있지는 않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일정을 맞추려고 수시로 공장을 찾아와 차량 생산을 독촉하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색상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불만이 여전해 현대차도 '역풍'을 맞을까 고민이 크다"며 "신형 모델을 황토꽃담색 해치택시로 출시하면 이미지 추락 우려가 있어 주로 구형 모델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택시기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기사들은 "색깔 자체가 너무 촌스럽다", "중고차 팔 때 누가 사겠냐", "시장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며 이런저런 우려를 하고 있다.

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규제를 많이 받고 있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냐"며 "일부 기사들이 우려 섞인 의견을 전해오지만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자동차 업계와 기사들이 제기하는 우려는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대부분 해소됐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기사들의 불만이 완전히 없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차량 제조업계, 기사들 사이의 의견차가 여전히 남아 있어 해치택시 출시 후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