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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옳다면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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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옳다면 하라

입력
2010.02.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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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전체 회의를 열어서 김정헌 2대 위원장에게 사실상의 퇴진을 제안한 기사를 보고 떠오른 장면은 고약하게도 최근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중학생의 집단괴롭힘 현장이었다. 문화예술위원회 위원들의 면면은 나름대로는 한국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문화인이겠지만 그들의 행동은 문화적이기는커녕 상식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다시 일터로 돌아온 것은 사법부에서 그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화관광체육부는 그에게 직위를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 동안의 소동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 마땅하고 9월까지 임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지위회복 인정한다면서 권한 박탈

그런데도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재미있다"면서 대법원 판결 때까지 두고보자는 의견을 밝혔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집권하자마자 임기가 보장된 단체장들에게 물러나라고 종용한 그의 성격을 감안하면 느긋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반응은 물론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가 형식적으로는 위원들의 합의에 의해서 업무를 집행한다는 점을 들어서 위원들이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과연 위원들은 움직였고, 그 결과 모든 업무는 오광수 3대 위원장이 처리하며 김 위원장에게는 위원장에 준하는 예우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회의 후 보도자료에서 "김 위원장의 법적 지위 회복을 인정하고 그간 고통을 당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말은 문화예술계의 현장에서 최고라 일컬어지는 지식인들로서는 차라리 안 한 것이 낫겠다 싶은 말이다. 머리로는 옳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몸은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고, 행동은 권력을 따르겠다면서도 제가 틀렸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는 모순덩어리 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무국은 김 위원장에게 위원장이 응당 받아야 할 업무보고니 결재요청은 전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위 회복을 인정한다'는 것은 말장난이다.

그러니 이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머릿속에서는 졸업식에 부모도 데려오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 선배가 부르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여자 아이를 괴롭히던 떼거리 가운데 누구 하나 말리지 않던 그 장면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옳다고 생각한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을 한국 사회는 지식인으로 취급해왔는데,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공부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쟁여 넣어서 시험점수만 잘 받으면 된다고 하는 교육이 마침내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점수기계들의 비정상적으로 조용한 세계와 낙오한 자들의 야수와 같은 세계 중에 택일하도록 만드는 상황과 비슷하다. 집단에서 벗어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다고 말한다. 차라리 말이나 말지.

물론 현재 상황이 곤혹스러우리라는 점은 이해를 한다. 오 위원장의 처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 위원장을 존중한다면 더욱 더 이런 방식은 옳지 않다. 이 문제는 문화부의 무리하고 불법적인 업무집행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위원들은 문화부에 바르게 단추를 꿰도록 요청해야 옳다. 인간관계를 따진다면 김 위원장인들 곤혹스럽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국사회가 바르게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문화부, 김정헌 위원장 인정해야

문화부가 김 위원장을 인정하면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에 밀리는 것으로 판단한다면 큰 잘못이다. 그렇잖아도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에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인 계산을 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비판했다. 그 말 참 맞다.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옳은 것을 따르면 된다. 김 위원장의 체제를 9월까지 인정하고, 그 이후부터 오 위원장이 맡도록 조율하는 일이 문화부가 나설 일이다. 이 일로 품위에 손상을 입기에는 오 위원장도 아까운 사람이다.

서화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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