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부 단속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최근 화폐개혁 실패설, 김정은 후계구도 등 체제 안보와 직결되는 민감한 정보들이 여과 없이 외부에 공개되면서부터다. 수십년간 '통제와 처벌'로 대변되는 북한식 체제 관리 시스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얘기다.
8일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 공동 명의의 대남 위협 성명은 사실상 북한 주민들을 향한 경고라 할 수 있다.
두 기관이 북한의 주민 사찰 통제 기구라는 점 때문이다. 치안을 맡는 인민보안성과 반국가 음모 색출 등을 담당하는 보위부는 북한 주민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화폐개혁 후유증을 입증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남측 언론을 통해 속속 전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여기에 "한 주민이 무기를 난사하는 바람에 보안원이 중태에 빠졌다"는 등 내부 통제력의 균열을 암시하는 듯한 전언까지 나왔다.
특히 8일 성명은 지난달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과 달리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북한 전역에 전달됐다. 양대 기관이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확실히 일깨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혼란은 북한 지도부가 자초한 결과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중앙배급체계는 붕괴됐다. 이후 주민 대부분이 생필품을 장마당(시장)에서 조달하면서 계획경제하에서 민간경제가 우위를 점하는 역설적 상황이 도래했다.
시장이 생존 터전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강압적 시장 폐쇄 조치인 화폐개혁의 약발이 먹혀들 리 없었다.
북한 당국이 주민 통제력을 점차 상실하는 이면에는 탈북자 수 급증과 휴대폰의 보급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거물급 인사의 망명 때에나 간간히 전해지던 북한 내부 실상은 현재 실황중계가 되는 것처럼 외부에 노출되고 있다.
대북 관련 매체들은 북중 접경지역의 정보원들을 통해 화폐개혁, 신종인플루엔자 발생 등 굵직한 소식들을 즉각 전파한다.
2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탈북자들도 브로커 등을 통해 북에 두고 온 가족들과 연락하며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위부가 전파탐지기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강력한 정보 유출 단속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8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북한 경제는 전체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몇 년 간의 노력을 통해 철강, 기계, 광업 등 분야의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9일 "북한 당국은 내각과 무역성 일꾼 회의에서 2월부터 무역회사들이 무조건 식량을 끌어 들여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갈수록 주민과 외부세계의 단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북한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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