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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냉전 때 적, 오늘은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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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냉전 때 적, 오늘은 손님"

입력
2010.02.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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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자국산 최신 군함을 러시아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는 냉전시절 서로 총을 겨눴던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회원국 간 사상 처음 이뤄진 무기 거래로 향후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의 관계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8일 미스트랄급 수륙양용 군함(무게 2만3,700톤ㆍ전장 299m) 한 척을 러시아에 팔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통신은 러시아가 추가로 동종 군함 세 척을 구매할 뜻을 최근 전해와 프랑스 정부가 이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스트랄급 군함은 해안에 정박, 빠르게 병력을 상륙시킬 수 있는 강습함으로 상대적으로 상륙작전에 취약했던 러시아 해군의 역량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은 "러시아 흑해선단의 능력으로 약 26시간 걸리던 상륙작전을 최대 40분까지 단축해 줄 것"이라고 미스트랄급 군함의 성능을 평가한 바 있다.

이 군함은 공격헬기 15대와 탱크 13대, 750~1,000명의 군인을 한 번에 수송할 수 있으며, 가격은 7억5,000만 달러(한화 약 8,700억원)에 이른다. 항공모함 '샤를 드골' 호에 이어 프랑스 함대로는 두 번째로 덩치가 큰 미스트랄급 군함은 2006년 레바논 분쟁 당시 현지 거주 자국민 소개를 위해 작전에 투입된 적이 있지만 수출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러시아의 프랑스 군함 수입결정은 외견상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 진전의 결과로 보인다. 더 이상 국가간 관계에서 이념이 경제 논리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소련 국가들과 미국은 러시아의 군사력 확대를 우려해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다. 테무르 야코바스빌리 그루지야 재건담당 장관은 "다른 나라(그루지야)를 침공했던 나라에 최신 군함을 파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AP에 밝혔다. 마침 8일 프랑스를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에르베 모랭 프랑스 국방장관을 만나 "미국이 양국의 거래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는 우려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모랭 장관은 주변국의 불만에 대해 "러시아는 1991년 이전의 소련과 다르다"며 군함 판매가 러시아 군비증강을 돕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강조했다. 르 몽드도 이날 보도에서 "군함은 최신 장비의 탑재 없이, '벌거벗은'채 러시아에 인도될 것"이라며 군사 기술 이전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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