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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원작의 재발견이냐, 우려먹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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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원작의 재발견이냐, 우려먹기냐

입력
2010.02.1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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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를 하다' '서편제' '공동경비구역 JSA' '커피프린스 1호점' '연애시대' '궁' '오디션' '태양의 노래'…. 모두 올해 제작될 창작 뮤지컬의 제목이다. 2007년 무비컬(영화 원작의 뮤지컬), 지난해 노블컬(소설 원작의 뮤지컬) 열풍에 이어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까지 예고된 2010년, 뮤지컬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종착역쯤으로 그려진다. 잘되면 '원작의 재발견', 안되면 '우려먹기'가 될 그 뮤지컬들의 속을 들여다봤다.

반갑다 흥행작! 인지도에 기대

제작사들이 이런 작품들을 뮤지컬로 만들려는 건 당연히 높은 인지도 때문이다. 대다수는 이미 영화, 드라마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그 덕에 다양한 장르로 변신했다. '서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역시 소설 원작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580만 관객을 동원했고, 인기 만화와 소설이 원작인 드라마 '궁'과 '커피프린스 1호점'은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뮤지컬계의 이 같은 원소스 멀티유즈는 창작 뮤지컬을 만들 수 있는 검증받은 창작진이 적다는 데서도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간 라이선스 뮤지컬이 높여놓은 관객 수준을 충족시킨 순수 창작 뮤지컬은 '영웅' '김종욱 찾기' 등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한다. 이렇다 보니 이미 검증된 드라마, 영화가 믿음직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타 캐스팅 의존 등 부작용 우려

올해 이 같은 원소스 멀티유즈 뮤지컬을 만드는 제작사들 중에는 낯선 회사가 많다. '궁'의 경우 드라마를 제작한 그룹에이트가 처음 시도하는 뮤지컬이고, '오디션'은 황정음 등이 속한 엔터테인먼트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가 제작한다. 엔터테인먼트사나 영화 투자사 등 뮤지컬에 경험이 없는 회사가 대거 뛰어든 것이다. 월간 '더 뮤지컬' 박병성 편집장은 "'대장금'이나 '선덕여왕' 등의 드라마 제작진이 직접 만든 뮤지컬은 원작을 과감히 포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들은 자칫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기 쉬운 스타 마케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어콘텐츠미디어는 지난달 "국내 최고 아이돌 스타들을 선별해 출연시킬 예정"이라고 했고, '서편제'를 제작중인 피엔피컴퍼니도 연출가 이지나씨와 무대미술가 박동우씨 등 유명 스태프를 영입하고도 "남자 주ㆍ조연에서 아이돌 그룹의 스타 캐스팅이 많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해 '로미오와 줄리엣'이 지방 공연을 앞두고 스태프와 배우 대다수를 사실상 해고한 일이나, '달마야 놀자'가 티켓을 판매하고도 공연 자체를 취소해버린 일이 모두 엔터테인먼트사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철저한 '뮤지컬 문법' 사용해야

지난해 소설 원작의 '달콤한 나의 도시'를 제작했던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유명 작품을 무대화하면 관객 접근성은 분명 뛰어나다. 하지만 원작의 무게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10년간 뮤지컬 제작을 해온 그는 "공급 과잉인 우리 뮤지컬 시장은 노하우 없는 신생 기획사가 접근하기에는 장벽이 높다"면서 "배우나 크리에이티브 인력도 열악해 여러 작품에 겹치기 출연이 되면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병성 편집장은 "장르를 바꿀 때는 완전히 새로운 작업이라는 생각으로 뮤지컬 문법을 사용해야 한다"며 "세계 무대에서도 흔치않은 만화 원작의 뮤지컬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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