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모신 게 아니라 가족사랑이라는 큰 재산을 물려받은 거죠."
이재근(46)ㆍ김정란(44)씨 부부가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9일 열린 제34회 삼성 효행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여년 간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지극정성 봉양한 이들 부부의 '일편단심' 효성 덕분이다.
7남매 중 다섯째인 이씨는 19년 전 큰 형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부모님을 모시게 됐다. 신혼 2개월 때였다. 어머니는 뇌졸중 후유증 및 당뇨 합병증까지 앓고 있어 병수발 들 사람이 필요했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새색시 김씨가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시부모의 아침 밥상을 차리는 일은 물론 8년 전 시어머니가 척추 압박골절로 반신불수가 되면서는 맨손으로 대소변을 다 받아 내는 수발도 감내했다. 대전 중구청에 근무하는 이씨 역시 퇴근 후 아내의 일을 도와가며 어머니 병수발을 들었다.
이날 시상식에서 만난 이씨는 "3대가 함께 살며 얻은 가장 큰 재산은 가족사랑"이라고 말했다. 수현(18), 수진(16)양 등 두 딸과, 막내 아들 찬영(12)군도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조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서 그런지 밝고 씩씩하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이씨는 "지난달 폐질환을 앓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는데, 어머니의 건강을 생각해 며칠 전에서야 겨우 이 사실을 알려드렸다"며 "한동안 많이 놀라셨는데, 이제는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씨는 이날 받은 상금 3,000만원을 세 남매가 쓰는 방 리모델링에 가장 먼저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큰 딸이 사범대를 진학해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인데 19년째 혼자 방을 써 본적이 없다"며 "EBS 인터넷 강의도 편하게 듣고 조용히 공부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임현주 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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