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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가 즐거운 무대, 감성의 향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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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가 즐거운 무대, 감성의 향연 속으로

입력
2010.02.1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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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무겁되, 눈과 귀가 즐거운 연극 무대가 찾아 온다. 다양한 시청각 이미지, 무대언어 고유의 맛 등이 매체에 길들여진 감성을 깨우기 족하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한국의 안동 사람으로 환생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3일부터 3월 14일까지 공연되는 '왕벚나무 동산'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안동 지방으로 옮겨와 재창조한 무대다. 신분 변동의 와류에 휘말렸던 19세기 러시아와 1940년대의 안동이 공유하는 연극적 자산이 풍성한 시청각 이미지로 거듭난다.

'여어(여기) 안동에 유세 떨 만한', 농노의 아들이었다가 일제강점기에 신흥 자본가가 된 자가 유명한 왕벚나무를 모두 잘라 버리고 별장을 만들려고 하면서 갈등이 높아간다. 첨예한 해방공간의 현장이지만, 요즘 관객들에게는 고풍스런 행색에서 나오는 경북 사투리가 별미로 다가온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특유의 대형 회전 무대, 배우들이 마음대로 옮겨가며 극장 안팎의 구조물들을 창조하는 공간의 변이는 이 무대의 큰 자랑이다. 2005년 초연 당시 '새 개념 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신선한 무대어법으로 객석의 찬사를 얻었던 작품이다. 2007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탑10에 선정되며 매진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극단은 전편 영어자막 상영을 비롯, 안동ㆍ러시아 사람에게는 관람료를 3할 할인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한다. (02)889-3562

극단 작은신화가 19~28일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공연하는 '꿈속의 꿈'에 원용되는 이미지는 더욱 풍성하다. 전통 회화 기법, 조명, 가면, 동서양의 음악 등 시청각적 소재에 국선도에 바탕을 둔 신체동작술 등 감각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악에 올라 소변을 보니 온 경주 고을이 잠기는' 꿈을 꾼 언니 보희, 치마 한 감으로 그 꿈을 산 문희. 이후 전혀 다른 운명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두 자매의 사연이다. 삼국유사의 '매몽(賣夢) 설화'다. 동생의 꿈을 이용해 김춘추에 접근하는 김유신의 정치적 야망, 두 여인의 사랑과 상처가 각종 이미지 속에서 무대를 긴박하게 옥죈다. 흑백의 대비가 찬란한 무대미술, 전통과 클래식이 교차하는 음악, 문자 디자인을 활용한 의상 등이 몽중몽의 세계를 실재시킨다.

2008년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의 주역 김해연, 홍성경씨 등이 다시 무대를 만든다. 극작가 장성희씨의 잘 짜여진 대본을 근거로 하고 있다. 장씨는 "최근 사극이 꽃미남 신드롬 등 작위적 요소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에서, 삶의 본질을 폭로하는 계기는 연극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745-2916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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