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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곤충 23종 사육하는 경북 문경 '나비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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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곤충 23종 사육하는 경북 문경 '나비스' 가보니

입력
2010.02.1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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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1등 농사꾼이에요."

9일 낮 경북 문경시 산양면 우본리 천적 곤충과 친환경 제재를 생산하는 생물 방제 기업 ㈜나비스(대표 김성석ㆍ54) 본사. 사무동과 연구동 앞뒤로 50여동의 비닐 하우스와 샌드위치 패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 속에서는 요즘 친환경 농업에 없어서 안 되는 칠레이리응애 사막이리응애 무당벌레 콜레마진디벌 등 23종의 천적 곤충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비닐 하우스 한 곳을 골라 들어갔더니 줄기만 남은 콩과 잎이 무성한 콩이 반반씩이다. 칠레이리응애 사육장이다. 이 곤충은 딸기나 파프리카를 파먹는 해충 점박이응애가 주 메뉴다. 0.5∼0.7㎜ 크기로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미물이지만 일생인 16일간 수십 마리의 점박이응애를 해치우는 대단한 먹성의 소유자다. 비닐 하우스의 콩은 칠레이리응애의 먹이인 점박이응애를 키우기 위해 심은 것이다. 콩 가운데 반만 줄기가 남았던 것은 점박이응애가 콩잎을 탐닉하고 난 결과였다. 직원들은 사육 중인 칠레이리응애의 서식 밀도를 조사하더니 다음 날 수확해 특수 용기에 포장한 뒤 딸기 농가 등에 보내기로 했다.

바로 곁은 무당벌레 사육장. 과수 화훼 채소 등 대부분의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는 진딧물을 해치우는 곤충이다. 사육장 안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플라스틱 용기에는 알 유충 번데기 성충까지 무당벌레가 단계별로 분류돼 있었다. 넓적한 담뱃잎에 깨알같이 붙어 있는 노란 무당벌레 알이 눈에 들어왔다. 무당벌레는 먹성이 너무 좋아 진딧물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 먹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한다.

이건형(50ㆍ농학박사) 부사장은 "천적으로 활용하는 곤충은 육식성이기 때문에 농작물에는 절대 해가 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이곳에 와 보니 천적 곤충을 받아 농사를 짓는 농가가 궁금해졌다. 나비스 직원들을 졸라 함께 안동시 풍천면 기산2리 풍천메론딸기수출작목반 딸기재배단지로 갔다. 20여개 농가가 동당 800∼1,000㎡ 크기인 비닐 하우스 200여동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곳이다. 품질 좋고 농약을 치지 않아 외국에서도 인기다. 올해 수출 목표가 20톤(16억원 상당)이나 된다.

나비스 컨설턴트가 이곳에 온 것은 기자의 압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은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최상길(55ㆍ안동하회정보화마을위원장) 작목반장의 비닐 하우스에 점박이응애 발생 조짐이 보인다는 연락이 온 것. 하우스 중간중간에 천적인 칠레이리응애를 방사했다. 그냥 포장 용기 뚜껑을 열고 적당한 간격으로 툭툭 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열 개 동을 방제하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렸다.

나비스 전체 직원 70여명 가운데 컨설턴트는 25명. 이들은 매일 농가에 나가 있다. 천적 방제에 익숙하지 않은 농민들이 많아 컨설턴트들이 해충이 생기지 않았는지 예찰하고, 배달도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 컨설턴트 한 사람의 하루 평균 주행 거리는 500㎞에 육박한다.

"저놈들 없으면 농사 못 짓습니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알아서 해충 다 잡아먹으니 사람 10명보다 더 큰 농사꾼입니다." 최씨의 천적 곤충 자랑은 끊이질 않았다. 요즘 많이 심는 설향 품종은 흰가루병 같은 병이 거의 없는 내병성이 품종이다. 응애류와 진딧물만 방제하면 신경 쓸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천적 방제가 무척 유용하다고 한다. 또 최씨는 "아무리 좋은 농약도 살포 후 48시간은 지나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2∼4일마다 수확하는 딸기에 농약을 뿌리기는 어려운데 곤충 방제는 이런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농가가 늘면서 한국에서도 곤충 방제는 인기 절정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천적 곤충을 대량으로 사육해 농가에 상업적으로 공급하는 전문 업체는 약 10개에 이른다. 이 중 매출 1, 2위인 세실과 나비스가 전체 시장의 70~80%를 차지한다. 나머지 업체는 한두 가지 천적 곤충을 집중적으로 사육한다.

이 부사장은 "선진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상업화했지만 한국은 세실이 창업한 2002년을 원년이라 할 수 있고, 99년 무당벌레 전문 사육 농장으로 설립된 나비스가 종합 생물 방제 기업으로 도약한 것도 2007년으로 역사가 일천한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는 10개 회사를 다 합쳐도 300억원 정도로 미미한 편. 천적 방제 면적도 9만7,000㏊에 이르는 시설 재배 면적 가운데 2,500㏊에 불과하다.

하지만 딸기나 파프리카 등이 수출검역이나 친환경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천적 활용이 필수적이어서 전망이 매우 밝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천적 방제를 확대하기 위해 딸기 참외 파프리카 등 9개 시설 재배 농작물에 대해 3년간 천적 구입 비용의 절반을 보조하는 등 강력한 지원책을 통해 2017년까지 재배 면적을 1만㏊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북 안동시 문경시 예천군 등은 자체적으로 수출재배단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천적 방제는 연구개발(R&D) 및 생산 인력이 부족하고 농민들의 기술도 아직 낮은 수준이어서 어려움이 많다"며 "하지만 친환경 농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므로 당국의 지원도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ㆍ문경= 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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