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다시 대남 위협 강경 카드를 들고 나왔다. 북한은 8일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 명의로 발표한 연합성명에서'체제 전복 시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거론하며 대남 협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북한이 금강산ㆍ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열리는 이날 강경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뭘까. 성명의 형식과 내용 등을 살펴보면 북한의 의도가 어느 정도 짐작된다.
먼저 성명 주체인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가 주목된다. 두 기관은 우리로 치면 각각 경찰과 국가정보원에 해당한다. 두 기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배체제를 1차적으로 떠받치는 권력기관으로 정치사찰을 주 임무로 하고 있다. 지난달 '보복 성전(聖戰)' 위협을 가한 국방위원회의 성명과 마찬가지로 두 기관의 성명 역시 전례가 없다. 그만큼 북한 당국이 최근 내ㆍ외부 위기 상황을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 공개하지 않은 최첨단의 세계적인 타격력량'이라며 핵 능력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에서도 북측의 다급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위협 수사는 한층 세졌지만 실질적인 행동을 담보할 만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태, 작전계획 5029 등 북한이 '대북 내부교란'의 근거로 제시한 사례들은 최근 대남 비방의 단골메뉴였다. '삐라 살포행위'도 체제전복이라 칭할 만큼의 위협은 아니다. 또 국정원, 국방부, 통일부, 외교통상부 등 남측 기관들을 싸잡아 비난한 대목에서도 불만 이상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어렵다.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이 남측과 국제사회에 잇단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돈 가뭄을 해갈할 만한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점도 강경 대응의 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달러 확보의 중요한 통로인 개성공단, 금강산ㆍ개성 관광 등을 다루는 남북회담에서 별 성과가 없고, 대북제재 해제 역시 선(先) 비핵화 논의에 꽉 막혀 있다.
특히 화폐개혁으로 인한 북한 사회의 혼란상이 연일 노출되면서 이번 성명을 내부 단속 행보로 보는 시각도 많다. 성명에 비난 대상으로 언급된 '오물장으로 밀려간 인간쓰레기들'은 탈북자들과, 일부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통해 화폐개혁 실상과 부작용이 신속히 외부에 알려지자 주민 단속을 빌미로 대남 위협을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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