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ㆍ군ㆍ구 지방자치단체 통합이 주민의견 존중이라는 원래 방침과 달리 정부 일정에 따라 강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6ㆍ2지방선거 일정으로 인해 이 달 안에 관련 법령 제정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결과를 설정해놓고 과정을 독촉해 가는 모양이다. 여론조사와 지방의회 의결을 거친 뒤, 찬반에 뚜렷한 다수가 없을 경우 주민투표를 시행한다는 행정안전부의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주말 충북도청을 방문해 '청주ㆍ청원 통합 담화문'을 발표, "지방교부세 2,523억원, 절감예산 1,957억원을 청원군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각서나 약속어음'이라도 쓰겠다며, 청원군 의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현재 청원군 의회는 의원 12명(여 7, 야 5) 가운데 11명이 통합반대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의회의결 전 정부 여론조사에서도 청원군에선 찬성이 50%를 넘지 못했다. 행안부의 자율통합 전제조건에 명백히 미달하는 비율이다.
정부가 통합의 원칙과 그 절차를 밝혔다면 당연히 지켜야 한다. 주민의사를 수렴하는 척하다가 여의치 않다고 편법을 꺼내 강요하니 누가 정부를 믿겠는가. '쇠사슬 의회'로 이름을 떨친 경기 성남시의 경우 '지방의회 의결을 감안하여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방침을 무시하고 지방의회 의결을 주민투표를 대신하는 결정사안으로 만드는 바람에 그 난리를 친 것이 아니었던가. 거꾸로 청원군에선 지방의회 결정을 무의미하다고 해야 할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들의 통합은 행정ㆍ사회ㆍ경제적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는 만큼 추진할 필요가 있으나, 주민들의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통합이 진행 중인 4곳 가운데 경남 마산ㆍ창원ㆍ진해의 경우 모든 지방의회가 무난하게 승인을 했다. 경기 성남ㆍ하남ㆍ광주의 경우 성남시는 주민투표를 하는 게 원칙이다. 청주ㆍ청원의 경우 반대여론이 높은 청원군은 주민투표가 필수적이다.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또는 6ㆍ2지방선거 일정에 맞추느라 무리하게 추진하면 뒷감당이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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