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통폐합이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폐과 결정으로 교수가 면직된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이인복)는 전 사립전문대학 K대 무역학과 교수 오모씨와 전모씨가 "무역과를 폐지하는 내용의 학칙개정은 교수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효력이 없고, 이에 따른 직권면직도 위법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 학교 무역과는 학생정원이 80명이지만 2004년에는 11명이 등록했고 2005년에는 6명만 등록을 마쳤다. 학생 기근현상에 허덕이던 학교측은 2006년 2월 무역과를 폐지하고 사흘 만에 오씨와 전씨를 직권면직했다. 그러나 이들은 직권면직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처분 취소를 요청했고, 2008년 4월 복직했다.
그런데 오씨와 전씨의 학과 배치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무역과가 폐지돼 타과로 전환배치를 해야 하는데, 학교측은 이들을 위해 교과과정을 개편할 수는 없고, 전공과 관계가 먼 다른 강의를 맡길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1년 계약 교원'을 제안했다. 오씨와 전씨가 거절하자 학교측은 사립학교법 제1항 '폐과 및 그로 인한 과원'을 이유로 이들을 직권면직했다.
원심은 "사립학교는 특성상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타 학교가 없어 전환배치나 전직발령이 불가능하므로 면직회피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학과 폐지를 이유로 한 교원 면직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무역과를 폐지하는 학칙 개정 때 관련법에 따라 교수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학교측이 이를 무시했고 원심도 이를 간과했다"며 "적법한 학칙개정에 따라 무역과가 폐지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씨와 전씨의 직권면직 또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학교측은 학칙 개정 당시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사회가 의결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교수회의가 아닌 다른 대학기구가 심의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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