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應形無窮(응형무궁)'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이 올해 초 던진 경영화두다. 상황에 맞도록 적시에 적응해야 승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본시장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무한경쟁 속으로 내던져진 증권시장에서 '영원한 승자'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야전사령관으로서 결연한 각오를 다진 셈이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한경쟁시대가 개막됐다는 점. 우선 신규 증권사의 대거 진입으로 40여개였던 증권사가 지금은 60여개로 늘었다. 최 사장은 "새로운 먹을 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선진 금융모델은 아직은 몸에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 특히 투자은행(IB)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그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 IB의 엄청난 수익에 현혹돼 맹목적이라고 할 정도로 IB를 추구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IB가 황금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달은 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IB가 창의적인 금융상품을 만들면서,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래서 최 사장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비교적 기본에 충실하면서, 점진적으로 IB를 늘려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실 최 사장은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증권시장문화에서 보기 드물게 '신중한 CEO'로 꼽힌다.
지난해 현대증권의 수익구조를 보면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56% ▦자산관리 4% ▦IB 5% ▦자산운용 19% 등으로 여전히 브로커리지 부문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최 시장은 이 틀을 급격하게 바꾸지 않고 올해도 브로커리지 비중은 50% 정도로 가져가면서, IB와 자산관리를 2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최 사장은 "IB는 기업공개(IPO) 부문이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모두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하는 데 치중하는 것으로 특화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도 철저한 현지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예컨대 ▦중국 상하이에서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 자격취득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베트남 호찌민에선 부동산PF와 구조조정 자문에 ▦카자흐스탄에서는 채권중개 및 그룹 북방사업 공동 추진에 주력하는 방식이다.
그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 그것도 보수적이고 꼼꼼하기로 유명한 세제전문가 출신이다.
180도 체질이 다른 증권사 CEO로 변신한 것인데, 역시 그런 그답게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시장풍토와 문화에 대해 쓴 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최근 펀드 판매사 이동제를 계기로 다른 회사의 고객을 빼내오거나 또는 비슷한 금융상품을 베껴 출시하는 등 과열경쟁으로 인해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까 우려했다.
최 사장은 "제도의 핵심은 펀드 투자자들이 양질의 투자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데 있다"며 "더 이상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후관리에 중점을 둔 '초이스 앤 캐어' 서비스가 론칭 4개월만에 컨설팅금액 7,000억원을 돌파한 것에서도 서비스 질의 차별화가 '승자'의 덕목이라는 점도 확인했다는 것이다.
■ 만약 지금 1억원을 투자한다면?
"우선 50%(5,000만원)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려는데, 국내 주식형 펀드에 절반, 나머지는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성장형과 가치형을 적절히 안배할 생각인데 가치형 펀드는 지수 상승기에는 상대적으로 수익이 낮지만 조정장에서 주가 하락에 영향을 덜 받는다.
해외 주식형 펀드와 원자재에도 25%(2,500만원)씩 투자할 생각이다. 해외펀드는 비과세 폐지로 매력이 좀 떨어졌지만, 그래도 중국과 브라질만큼은 여전히 유망하다.
성장성 높은 중국펀드에 투자하되 기대수익률을 낮춰 잡겠다. 원자재는 경기에 민감한 원유, 비철금속이 글로벌 경기 회복과 맞물려있어 수익이 좋을 것이다."
정리=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