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발사된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의 임무 실패의 원인은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기구의 오작동일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
나로호 발사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 KAIST 교수)는 8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나로호 이륙 뒤 216초에 페어링(위성 덮개)을 분리하는 화약은 폭발했지만 한쪽 페어링만 떨어져 나가고 나머지 한쪽은 분리기구에 끼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그러나 페어링 분리기구에 고전압 전류가 공급되는 과정에서 방전현상이 발생해 분리화약이 아예 폭발하지 않았을 거란 추정도 함께 내놓았다.
조사위가 이날 내놓은 결론은 어느 경우든 실패의 기술적 원인이 한국측에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초 2번의 발사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할 경우, 한국은 러시아에 추가로 1회의 재발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양국 간 합의대로 3차 발사를 추진할 때 귀책문제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조사위는 페어링 분리기구 오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리기구에 페어링을 끼운 채 지상에서 분리시험을 해봤다.
시험에서 나온 진동신호는 나로호 이륙 후 페어링이 모두 분리된 540.8초의 원격측정 신호와 비슷했다. 페어링이 분리기구에 끼어 있다가 뒤늦게 분리된 실제 상황과 일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이 추정이 사실이라면 분리기구를 조립할 때 정상작동에 필요한 공차(규정치수의 허용오차)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두 번째 추정도 배제할 수 없다. 216초 때 나로호의 고도는 177km.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은 "이 높이에서 페어링이 있던 나로호 상단(2단) 내부 기압을 1만분의 1토르(torrㆍ760torr=1기압)로 예상하고 발사 전 성능시험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기압은 1∼3토르였다. 예상보다 기압이 높은 상태에서 방전현상이 일어났고, 이 때문에 전류가 두 페어링으로 고르게 공급되지 않아 한쪽이 떨어지지 못했을 거라는 게 조사위의 추정이다.
조사위는 다음 발사 때는 페어링 분리기구 비파괴검사를 통해 충분한 공차를 확보하고, 두 페어링에 고르게 전류가 공급되도록 전기회로를 보완하라는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또 페어링 주변 장치에 방전방지 효과가 큰 제품을 이용할 것도 권고했다.
한편 나로우주센터는 이와 별도로 올 5∼6월로 예정된 나로호 2차 발사를 위해 이달 1일 발사대 성능 점검시험에 들어갔다. 2차 발사용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조립을 마친 뒤 3월 말∼4월 초 한국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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