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추진 중인 대입 정책의 핵심은 입학사정관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입학사정관제를 선진형 대입의 전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적 외에 잠재력 창의력 특기 소질 등을 평가해 뽑기 때문에 성적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도 얼마든지 합격이 가능하고, 동시에 만국병인 사교육비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도입 당시 정부 설명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입학사정관제 예산으로 학교당 많게는 수십억 원을 지원하면서 대학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입학 업무를 총괄하는 대학의 입학처장들은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입학처장들은 본보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사교육비 절감의 구원투수이기도 한 입학사정관제가 아직은 제구력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사교육 절감 효과 없어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할 만한 조사 결과다. '입학사정관제 시행이 사교육 절감에 기여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크게 기여했다'와 '기여했다'는 긍정적 대답은 입학처장 10명 가운데 단 한 곳도 없었다. '기여하지 못했다'는 대답이 3명, '그저 그렇다'는 대답도 7명이나 됐다.
입학처장들의 이 같은 평가는 근거가 있었다. 입학사정관제가 대폭 확대되자 대학별 전형을 위한 이른바 '맞춤형 스펙'을 제시해 주는 입시 컨설팅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교과부는 유료 입학사정관제 컨설팅 업체를 14곳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소규모 업체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관련 업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들은 한 차례 상담에 최대 50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조사돼 입학사정관제 때문에 새로운 고액 사교육 시장이 형성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입학처장들은 '평가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7명) '대학이 사교육받은 학생들을 걸러 내면 된다'(2명) 등의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A대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의 시행만으로 사교육이 방지되고 공교육이 활성화한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라며 "사교육비 문제는 입시 제도나 교육 정책보다는 사회 정책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잠재력과 특기는 당락에 영향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학생들의 잠재력 특기 소질 등은 당락에 영향을 줄 만큼 중요하게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입학처장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입학사정관제 합격생 가운데 '성적으로만 선발했을 경우 탈락했을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4명에 달했고, '30~50%'라는 응답도 3명이나 됐다. 반면 '30% 미만'은 3명에 머물렀다.
'특기 소질 등 잠재력이 충분히 반영됐나'란 질문에는 7명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2명은 '비교적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10명 모두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원하는 학생을 뽑았다'고 답했다. 본격 시행 첫해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평가 역시 '성공적'(2명) '비교적 성공적'(7명) 등으로 긍정적이었다.
입학처장들은 대체로 "각 전공에 대한 의지와 적합도가 높은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면 시행은 시기상조
2011학년도부터 고려대가 전체 정원의 55.6%(2,320명)를 입학사정관제로 뽑고, 포스텍(포항공대)도 이미 신입생 전원(300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등 각 대학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입학처장들은 전면 확대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학생의 적정 비율은 '10~30%'응답이 5명, '10% 미만'이 3명이었다. '30% 이상'은 2명에 그쳐 정부의 속도 내기와 달리 대학은 신중한 분위기가 많았다.
정부의 예산 지원은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정착될 때까지 지원돼야 한다'는 의견이 9명이었던 반면, '향후 2, 3년까지 지원돼야 한다'는 의견은 1명에 불과했다. 이런 응답을 감안하면 지난해 350억원 규모였던 정부의 입학사정관 예산은 당분간 더 늘어나야 할 판이다.
'정부 지원이 끊겨도 입학사정관제를 계속 시행하겠다'는 경우는 7명이었다. 반면 3명은 규모를 축소할 뜻을 내비쳤다.
이밖에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문제점으론 '학생들을 평가할 객관적 자료의 미비'(6명) '전형 절차의 신뢰도'(2명) 등이 지적됐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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