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일본에는 자국의 문화를 이방인에게 알리려고 하는 모임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각 지자체 마다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들이 즐비합니다. 강의료는 대부분 무료이거나 한달에 1,000엔 정도의 실비로, 외국인 입장에서 적지 않은 혜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모임을 선진국민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다 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연관시키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래 관광객은 780만명, 올해는 850만명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외래 관광객중 절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으로 쇼핑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언어 문제는 여전히 높은 벽으로 남아있습니다. 일부 쇼핑가나 가게에서 외국어 구사자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하고는 있지만, 간단한 대화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외국인들이 정확하게 원하는 니즈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만 해결되더라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가게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갈텐데 말입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에도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BBB코리아(1588-5644)라는 단체는 현재 17개국 언어를 통역할 수 있는 3,000여명의 무료 자원봉사자가 대기하고 있으며, 휴대폰으로 전화번호를 누르면 해당국가 언어 능통자에 연결돼, 외국인 관광객이 원하는 내용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 전화를 활용하면 많은 곳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쇼핑센터에서 외국인과의 소통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외국인을 태운 택시기사가 원하는 목적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경우, 길을 가는 데 낯선 외국인이 길을 물어올 경우에도 전화 한 통이면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이 전화는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비비비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해 통역봉사 사례는 2,267건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 해 한번도 전화를 받지 못한 자원봉사자도 있었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왠지 모를 외국어 울렁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화번호 하나만 외우고 있으면 언어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에게 쉽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도 주눅들지 말고 1588-5644를 눌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국사람이 더욱 친절해졌다는 칭찬의 소리가 메아리칠지 모르는 일입니다.
한창만 산업부차장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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