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출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버티기'를 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주주들이 결국 보유지분의 담보 제공에 동의했다.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이어 금호석유화학까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포함시키겠다는 채권단의 압박에 두 손을 든 셈이다.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유화학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그룹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셈이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설을 앞두고 협력업체들의 연쇄 부도를 피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채권단과 대주주 간 갈등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경영 정상화 노력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주주들의 협력이다. 금호의 위기는 전적으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기업 확장에 따른 경영 실패 탓이다. 오너(대주주) 일가에 가장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오너 일가는 협력업체와 임직원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영권에만 집착하는 욕심을 부렸다. 이제라도 구조조정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금호그룹의 구조조정 차질은 채권단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금호 오너 일가는 주식 담보 제공을 거부하고 일부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팔아 현금화하는 등 모럴 해저드의 전형을 보여줬다. 금호석유화학과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대주주에게 보장하는 등 채권단이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특혜성 지원은 철저히 배제하고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금호의 워크아웃에 차질이 생긴 것은 박삼구 명예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주주들이 부실 경영 책임론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번에는 한 발 물러섰지만, 기회가 생기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있다. 워크아웃의 목적은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지, 오너 일가를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다. 묵묵히 고통을 분담해 온 수많은 협력업체와 임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채권단과 오너 일가는 상생의 정신으로 기업을 살리는 데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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