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러시아에 빌려준 경협차관 미상환금을 군사장비 등으로 돌려받는 한ㆍ러 군사기술협력사업(3차 불곰사업)이 올해 하반기 중 착수된다. 1ㆍ2차 불곰사업과 달리 3차 사업에서는 우리측이 요구한 핵심 기술이전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3차 불곰사업의 쟁점이었던 기술이전과 최신형 완성장비 도입 문제에 대해 최근 러시아측과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뤘다"며 "올해 하반기 중 사업 착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2007년 말 3차 불곰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실무 협상을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장비와 기술이전 목록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공전을 계속해 왔다. 러시아는 1ㆍ2차 사업처럼 T-80U 전차, BMP-3 장갑차, 공기부양정 무레나 등의 장비들을 구매 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우리 정부는 이런 장비를 제외하고 해병대의 상륙용 기동헬기로 활용될 수 있는 KA-32 카모프 헬기, 공군생도 실습기인 IL-103 등 효용성이 높은 장비만을 구매하겠다고 맞섰다. 구매 목록의 이견에 따라 우리 정부가 요구한 핵심 군사기술 이전에 대해 러시아가 난색을 표시해 왔다.
한국은 최근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상당한 기술이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007년 말 MOU 체결 당시 러시아 측에 11개의 군사기술이전을 제의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3차 불곰사업에는 헬기를 비롯한 여타 군사 완성장비는 물론 1ㆍ2차 사업과 달리 러시아의 앞선 기술이전이 이뤄진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양국은 지금까지 각자 입장에 따라 무기 구매 목록과 기술이전 목록을 패키지로 묶어 수준을 조절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최근 패키지에 대한 이견이 조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3차 불곰사업 규모는 1ㆍ2차 사업을 뛰어넘는 약 7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국은 과거와 달리 미상환 경협차관을 직접 무기도입 대금으로 상계하지 않고 한국이 대금을 지불하되, 러시아는 남은 경협차관을 향후 10여년에 걸쳐 별도로 상환키로 했다. 남아 있는 경협차관은 약 13억달러다.
불곰사업은 한국이 1991년 당시 소련에 제공한 14억7,000만 달러의 경협차관의 일부를 현물로 들여오기로 하고 95년부터 추진한 러시아 무기도입사업을 말한다. 95년부터 98년까지 1차 사업을 통해 T-80U, BMP-3, 휴대용 대전차유도탄 METIS-M, 휴대용대공미사일(IGLA)을 도입했고, 2002~2006년 2차 사업으로 T-80U, BMP-3, METIS-M, 공기부양정, IL-103, KA-32A를 들여왔다. 2억1,400만달러 규모의 1차 사업은 경협차관 상환으로 충당했고 5억3,400만달러 규모의 2차 사업의 경우 절반은 경협차관, 절반은 현금으로 지불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모스크바=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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