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류에서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친이계인 한나라당 정병국 사무총장은 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나 국회 자유투표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이런 것을 포함해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 심재철 의원도 전날 "세종시는 국가 안위와 직결된 중대 사안이므로 국민투표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친이계 강용석 김용태 의원 등도 지난 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투표론을 제기했고, 지난 연말에도 공성진 차명진 의원 등이 국민투표 방안을 거론했다.
청와대는 국민투표론에 대해 '아직 사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이날 정 총장의 발언에는 복선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여권 주류의 핵심 인사는 "현단계에서는 국민투표는 개인 의견"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민투표를 최후 카드로 채택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국민투표론은 직접 국민의 뜻을 물어 세종시 수정안 추진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가 국민투표 대상인가에 대한 법적 논란이 있는데다, 야당들과 친박계가 부정적이어서 실제 국민투표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세종시 문제를 국회에서 다루지 않고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라고 비판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외교, 국방, 통일 및 기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세종시 문제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사안인가에 대해 엇갈린 견해가 나오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국민투표 통과 요건은 '국회의원 선거권자(만 19세 이상 성인) 과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의 찬성'이다.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받는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을 강력히 추진하고,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수정안이 부결된다면 대통령 리더십이 흔들리는 등 현정권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투표 과정에서 지역 및 여야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론 분열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권은 국민투표를 추진할 경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하는 방안을 채택할 개연성이 있다. 여권 주류는 국민투표를 실제 추진하기 보다는 이 카드로 배수진을 치면서 친박계 및 야권과의 절충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정운찬 총리는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는 국민투표를 검토해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고,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도 "일부 의원들이 사견을 전제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