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45ㆍ서울 성북구)씨는 채소나 계란 같은 식재료는 재래시장을, 원산지가 중요한 한우 등 육류는 대형할인마트나 백화점을 주로 이용한다.
그런데 최근 대형마트 간의 가격 파괴 경쟁으로 계란 등 일부 식재료가 재래시장보다 마트가 오히려 더 싸져 마트를 찾는 횟수가 늘었다.
이씨는 "최근 재래시장과 마트의 가격 차이가 다소 줄었다"며 "재래시장도 원산지 표시 등을 강화하고 가격을 내리는 등 차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차 위축되는 서울지역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팔을 걷어 붙였다. 가격 인하와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품질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들이 싸고 좋은 상품을 재래시장에서 믿고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8일 재래시장 주력상품인 농ㆍ축산물의 유통 과정을 줄여 2012년까지 소비자 가격을 최대 20%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전통시장 유통망 개선 사업'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우선 전통시장에 농협 직거래 정육점을 설립해 한우와 국산 돼지고기의 유통 과정을 대폭 줄인다. 기존에는 농ㆍ축산물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중간상인이 4단계나 걸치지만, 앞으로는 농협이 생산자로부터 직접 고기를 구입해 전통시장의 정육점에 바로 공급한다.
시 관계자는 "유통 과정에서 중간 도매상을 제외함으로써 소비자 가격이 20% 정도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다음달부터 10개 시장에 10개 점포를 시범 선정하고,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전통시장에 정육점 500곳을 농협 직거래 점포로 지정할 방침이다.
농산물의 경우 강서구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준공된 후인 5월부터 시 농수산물공사가 10개 시장 20개 점포에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상품이 유통되도록 할 계획이다.
취급 농산물은 과일 15종, 채소 50종. 시는 2012년까지 품목을 늘리고, 점포 수도 50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시민이 전통시장에서 안심하고 농ㆍ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시스템도 구축된다. 축산물의 경우 DNA검사와 25종의 항생제 잔류물질 검사 등의 검사 결과가 데이터 베이스화 돼 점포별 시스템과 연결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판매 현장에서 휴대전화 등을 통해 항생제 잔류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농산물의 경우 100여종에 대해 잔류농약 검사를 두 차례 실시해 불합격 판정 시 전량 폐기 처분하는 등 안전성 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개선을 통해 소비자가 시장 상품의 품질과 가격을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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