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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00년 만에 활짝 솟을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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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00년 만에 활짝 솟을 김연아

입력
2010.02.0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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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피겨 요정' 남나리(25ㆍ미국명 나오미 나리 남)를 기억하시나요'재미동포 피겨 소녀 남나리는 1999년 14세의 나이로 미셸 콴(미국)에 이어 전미 피겨스케이팅선수권에서 여자 싱글 2위를 차지, 차세대 은반 여왕 자리를 노릴 만큼 전도유망한 기대주였다. 당시 LG전자와 5년 간 100만 달러가 넘는 후원계약을 맺기도 했으며 LG전자 플래트론 TV CF로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포기했다가 한 때 페어부문으로 재기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깜찍한 용모와 귀여운 미소를 앞세운 그의 비엘만 스핀은 당대 최고로 꼽혔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남나리에 걸었던 희망은 꺾였지만 김연아(20)의 기적 같은 등장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위안거리이자 청량제 역할을 해주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피겨요정'김연아가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피겨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피겨가 체격이 크지 않은 아시아인들의 체격에 적합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우아한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커 서양인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연아가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김연아의 성공신화는 그랑프리파이널,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화려한 마침표를 찍게 된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우리에게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의 김연아 등장은 언감생심이었다. 비인기종목에다 불모지였던 수영과 피겨의 세계정상 등극은 그만큼 먼 나라 이야기였던 것이다. 1905년 미국 선교사 질레트에 의해 스케이팅이 최초로 소개된 이후 피겨의 올림픽 제패는 한국 빙상 역사의 클라이맥스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심하게 표현하자면 신이 점지하는 선물이다. 기량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운도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미셸 콴도 96년부터 5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끝내 월계관을 쓰지는 못했다. 얼음 위에서 고난도의 연기를 펼치는 피겨는 민감한 부분이 있는데다 4년 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한 번 기회를 놓치면 전성기를 지나게 되거나 후배들에게 추월을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김연아도 2014년 소치올림픽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우리 선수의 예를 들더라도 비운의 스타들이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라경민(대교눈높이)이다. 라경민은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당시 스승이자 복식 황제 박주봉과 파트너를 이뤄 결승에 올랐지만 김동문-길영아조에 분패, 은메달에 그쳤다. 라경민은 이후 2000년 시드니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직전에도 지금의 남편인 김동문과 조를 이뤄 한 때 70연승을 달리는 등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복병들에 덜미를 잡혀 끝내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레슬링의 김인섭도 마찬가지다. 그는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41연승을 질주했지만 늑골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올림픽 데뷔무대에서 어린 나이에 기대치 않았던 금메달을 딴 경우도 많다. 84 LA대회 양궁의 서향순, 92 바르셀로나대회 사격의 여갑순이 그들이다.

그러나 김연아의 강점은 위기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실수를 프리스케이팅에서 만회하며 금메달을 따왔다. 라이벌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과의 싸움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박태환이 자유형 종목의 올림픽 제패를 해냈다면 이제는 김연아 차례다. 벌써부터 프리스케이팅이 열리는 26일 10시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울려 퍼질 애국가가 기다려진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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