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 공원 벤치에 남녀 둘이 나란히 앉아 있다. 그들의 머리 위로 마침 꽃잎이 살랑거리며 떨어진다. 남자가 여자의 머리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꽃잎을 떼어주며 분위기는 고조된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가 오른쪽에 앉은 여자 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왼쪽으로 살짝 기울인 얼굴이 서서히 여자의 얼굴을 향해 다가간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성인 남녀가 아니라 고등학생들이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의 마지막 장면이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우정인지 애정인지 헷갈려 하는 황백현(유승호)과 길풀잎(고아성)의 이 애매모호한 키스신은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결국 다음 방송에서 키스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고등학생들의 설익은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키스가 선택될 만큼 드라마 속 애정 표현은 과감해졌다.
‘공부의 신’의 유현기 PD는 “과거 학원드라마보다 특별히 과감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다만 기존 작품에서는 고등학생을 연기한 배우들이 실제로는 성인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실제 고등학생들이 연기했기 때문에 풋풋한 느낌이 더 잘 전달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MBC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에서는 결혼하겠다고 말하는 고등학생 커플이 등장한다. 서끝순(최아진)은 자기가 좋아하는 궁호박(이일민)에게 “너 대학 붙으면 청혼해”라며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철없는 여고생의 순수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드라마 속 고등학생의 애정 표현이 ‘결혼’ 이야기가 오르내릴 정도로 수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끝순의 오빠와 호박의 누나 사이에 혼담이 오가고, 끝순의 아빠가 겹사돈은 안 된다고 못을 박은 상황에서 사랑을 쟁취하려는 끝순의 행동은 ‘적극적’이기를 넘어 ‘절규’에 가깝다. 일부 시청자들은 “끝순이는 너무 당돌해서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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