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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잔인한 봄' 오나/ 대규모 재정확장 부메랑…'유럽 부흥' 꿈 '유럽 부도' 악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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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잔인한 봄' 오나/ 대규모 재정확장 부메랑…'유럽 부흥' 꿈 '유럽 부도' 악몽으로

입력
2010.02.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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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8년 11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00억유로(약 3,400조원)에 달하는 유럽경제부흥계획을 결정했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유럽 금융회사들을 살려내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었다. 대규모 재정 확장 정책의 신호탄이었다.

지금 유럽의 뇌관은 바로 그 후유증, 재정 적자다. 민간 부문(금융회사)의 부실을 고스란히 공공 부문(정부)이 떠안으면서 막대한 재정 적자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것.

국가별로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나드는 엄청난 규모다. 특히 유로존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국가 경제에서 공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생사가 위태로운 곳은 그리스다. 작년 재정적자가 GDP의 12.7%에 달하고 국가부채는 GDP 규모를 넘어섰다. 유럽연합(EU)이 지난 3일 그리스 정부가 제시한 적자 감축방안을 승인했지만, 그리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4일 프랑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 문제는 유로존에서도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그렇더라도 유로존이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형편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EU나 유럽 다른 국가들이 그리스를 적극적으로 돕고 나설 만큼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 지금 유럽의 재정 악화는 어느 한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 대부분 국가에 걸친 현상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 국가가 부도가 난다면 다른 유로존 국가들로 도미노처럼 전이되고 이것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선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그리스와 함께 이른바 'PIGS'로 불리는 국가들의 사정이 악화일로다. 포르투갈은 지난 4일 단기채권을 5억 유로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사겠다는 투자자가 부족해 3억 유로만 발행하는데 그쳤다.

이 여파로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역대 최고치(2.26%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스페인 역시 작년 GDP 대비 재정 적자가 당초 전망치(9.5%)보다 크게 높은 11.4%로 급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제2의 그리스'라는 눈총을 받는 실정. 여기에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맏형'들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에 신음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유럽 국가들이 재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장 강력한 긴축 정책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 비해서 경기 회복세가 아직 미약한 상황에서, 급격히 증세를 단행하고 재정지출을 축소했다가는 또다시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유로존의 저성장세가 향후 수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유럽의 재정 문제는 상당 기간 세계 경제에 뇌관이 될 소지가 크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유럽의 경우 단일통화를 쓰고 있어서 금리 등 통화정책을 펴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그리스에서 촉발된 위기가 유럽 전체의 위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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