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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게릴라걸스의 서양미술사' 남성 중심의 서양미술사 그 차별의 역사를 꼬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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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게릴라걸스의 서양미술사' 남성 중심의 서양미술사 그 차별의 역사를 꼬집다

입력
2010.02.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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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릴라걸스 지음ㆍ우효경 옮김/ 마음산책 발행ㆍ200쪽ㆍ1만4,000원

먼저 저자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겠다.

게릴라걸스는 1985년 미국 뉴욕에서 결성된 익명의 여성 예술가 집단으로, 고릴라 가면을 뒤집어쓴 채 공공장소에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거나 명화를 패러디한 포스터를 선보여 유명해졌다.

여성 누드화가 즐비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정작 여성 작가의 작품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발가벗어야만 하나?"라는 문구의 포스터로 꼬집기도 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술사 역시 오랫동안 남성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게릴라걸스는 "차별의 역사 속에서도 서양미술사에는 위대한 여성 작가들이 많이 있었다"며 남성 뒤에 가려졌거나 폄하됐던 여성 예술가 64명을 차례로 호명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도 남성 화가보다 돈을 많이 번 여성 화가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중세 수녀들은 종교 예술품이나 태피스트리를 만들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딸들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림을 그렸다.

르네상스의 거장 틴토레토의 딸인 마리아 로부스티(1560?-1590)는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15년간 일했다. 게릴라걸스는 로부스티가 세상을 떠난 뒤 틴토레토의 그림이 급속도로 줄어든 것에 대해 "틴토레토가 비밀병기를 잃고 작업장을 접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네덜란드 화가 프란츠 할스의 견습생이었던 유디트 레이스테르(1609~1660)가 그린 작품 역시 대부분 스승의 이름으로 팔렸다.

고릴라 얼굴을 합성해 만든 명화 패러디, 여성 예술가들과의 가상 인터뷰 등이 어우러진 책은 시종 유쾌하고 자유롭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덜 수집되고 덜 전시되며 낮은 가격이 매겨진다는 지적은 따끔하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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