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여성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히잡, 차도르, 니캅, 부르카 등일 것이다. 치렁치렁한 천으로 세상과 벽을 쌓고 사는 무슬림 여성들의 삶은 이슬람 국가는 물론 프랑스 등 다민족 국가에서 숱하게 사회 문제로 부각돼 왔다.
밴쿠버동계올림픽(12~28일ㆍ현지시간) 출전 선수 중 이란 역사상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여자선수가 있어 화제다. 마르얀 칼호르(22)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이란대표팀 4명에 당당히 포함돼 알파인 스키 회전과 대회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또 개막식 기수도 맡았다. 이란 여성이 기수로 나서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호마 호세이니(조정) 이후 두 번째다.
칼호르 역시 술과 돼지고기를 피하는가 하면 9월이면 금식과 함께 날마다 5번 기도를 올리는 무슬림. 올림픽 기간 복장 때문에 겪을 불편함을 생각하면 골치가 아플 법도 하지만, 그는 7일(한국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겼다. "스키는 경기 때 완전무장하는 종목이에요. 그럼 규율에 어긋나는 게 아니잖아요? 문제없어요."
4세 때 처음 스키를 배우고 11세 때 또래들이 출전하는 자국대회에서 우승한 칼호르. 그는 디진 지역에 살아 어렵지 않게 스키와 친해질 수 있었다. 디진 스키리조트는 가파르고 긴 슬로프로 이름나 시즌 때면 외국인들로 붐빈다.
지난해 프랑스와 터키대회에서 각각 회전과 대회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칼호르는 "두 종목에 출전하게 되다니 믿기지 않는다. 메달권 진입은 힘들겠지만, 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란은 1998년 나가노 대회 때 알파인 스키 남자 회전에서 하산 ?샤키가 기록한 30위가 역대 동계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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