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은 옹기장수의 막내 아들이었다. 집안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피난 다니느라 어릴 적 그의 생활은 장돌뱅이와 비슷했다. 당시 가톨릭 신자 가운데는 산골로 숨어들어 옹기를 구워 생계를 이은 사람이 많았는데, 훗날 김 추기경은 '옹기'를 자신의 아호로 삼았다. 사재를 털어 2002년 세운 장학회의 이름도 '옹기장학회'로 지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5일 김 추기경 1주기(16일)를 맞아 옹기장학회를 확대ㆍ개편해 교구의 공식 기구로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안병철 신부는 "1주기를 맞아 기념사업의 방향을 놓고 여러 얘기가 오갔으나,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김 추기경이 생전에 사재를 털어 시작한 장학 사업을 내실화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옹기장확회 확대ㆍ개편을 제외한 다른 공식 기념사업은 없다고 밝혔다. 안 신부는 "김 추기경의 이름을 내건 기념사업을 제안해온 단체도 있었지만, 요란스럽게 1주기를 치르는 것은 김 추기경의 뜻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허락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가톨릭대 내에 김 추기경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는 연구소가 설립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옹기장학회는 본래 북한과 중국 등 북방지역에 파송할 선교사를 양성할 목적으로 수혜 대상이 신학생으로 한정돼 있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14차례에 걸쳐 99명의 신학생에게 총 1억 9,8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안 신부는 "앞으로는 성직자와 연구자 등으로 수혜 대상을 확대하고, 지급 목적도 북방 선교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선교로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옹기장학회가 서울대교구의 공식 기구로 편입됨에 따라 염수정 서울대교구 총대리주교가 장학회 이사장을 맡게 되고, 교구 보직 성직자 등과 함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원으로 참여한다. 서울대교구는 "현재 기금은 10억원이 조금 넘는 규모로 김 추기경의 뜻에 동참할 분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문의 (02)727-2525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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