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지음 / 민음사 발행ㆍ전 2권ㆍ각 권 1만3,000원
소설가 이문열(62)씨가 올해로 100주기가 된 안중근(1879~1910) 의사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그린 전기소설이다. 이씨는 안 의사의 행적에 몰입하고 열광하는 대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서술 방식을 택한다. 평전에 가까운 글쓰기인데, 이씨는 "안중근이 워낙 가까운 과거의 인물이고 섣불리 상상력을 발휘하기가 꺼려졌다"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덕분에 이 소설은 안 의사가 아버지와 함께 동학을 토벌하기 위해 의병을 일으킨 것, 사병(私兵)을 유지할 자금을 대려고 일종의 복권인 채표(彩票) 회사를 운영한 일, 러일전쟁 당시 일본을 응원한 일 등 그간 덜 알려졌던 사실을 꼼꼼히 복원하면서 안 의사가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씨는 "일제뿐 아니라 그간 국내 각 진영에서도 안중근을 테러리스트, 근왕주의자, 공화주의자 등으로 제 입장에 맞게 규정해 왔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안중근을 왜곡하는 봉인들을 뜯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신 이씨는 안중근을 자칫 맹목적으로 보일 만큼 이상과 대의를 향해 자신을 내던지는 순교자로 묘사한다. 지방 토호로 백성들을 배불리 먹게 하고, 옥중 집필한 '동양평화론'의 내용대로 한중일 3국의 평화 공존에 이바지하는 것이 그가 평생 추구한 목표이자, 유언이었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일러다오. 모두가 각각 나랏일에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대한 독립의 공을 세우고 위대한 조국 건설의 대업을 이루도록 하라고."(2권 389쪽)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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