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어 같은 첨단 자동차 부품 결함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요타의 사사키 신이치(佐佐木眞一) 부사장은 지난 2일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도요타 차량의 전자부품 이상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끼인’ 가속페달과 같은 단순한 물리적 오류가 리콜의 이유가 됐을 뿐, 첨단 전자부품 시스템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사사키 부사장의 호언은 수일 만에 허언으로 밝혀졌다. 도요타가 4일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2010년 신형)의 전자제어 시스템 결함을 인정한 데 이어 5일엔 브레이크 때문에 30만대 이상을 리콜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날 도요타는 프리우스와 동일 부품을 사용한 ‘SI’와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해서도 브레이크 결함 여부를 조사키로 했으며, 포드자동차도 역시 하이브리드 차종의 브레이크 결함을 인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이같이 하이브리드 등 첨단 자동차의 부품이 줄줄이 문제점을 드러낸 것에 대해 “전자화 부품 비율이 높은 첨단차량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도요타 발’ 리콜 사태가 자칫 첨단 자동차 시장에 심각한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첨단 기술로 똘똘 뭉친 프리우스의 시스템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이제 도요타는 물론 모든 하이브리드 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구매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프리우스 등 휘발유와 전기가 함께 작용하는 하이브리드 차종의 브레이크 시스템에는 일반 휘발유 차량에 비해 복잡한 전자기술이 쓰인다. 일반 차량의 경우 유압식 브레이크만으로 속도를 제어하는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유압 브레이크와 함께 전기에너지 확보를 위한 재생브레이크가 사용된다. 그런데 기계장치인 유압 브레이크와 전자부품인 재생브레이크가 동시에 구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브레이크잠김방지장치(ABS)가 오작동을 일으켜 결국 리콜 상황까지 도달한 것이다. 프리우스뿐 아니라 렉서스와 포드 등 다른 하이브리드 차종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언론들은 자동차의 ‘전자화’가 또 다른 결함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WSJ은 5일 컴퓨터화된 자동차에서 부품들이 서로 전자파 간섭을 일으켜 갑자기 차가 가속되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전자화’자동차의 비극이 확대될 있음을 경고했다. 신문은 “내비게이션, 배기컨트롤, 공기정화와 브레이크시스템 등 여러 전자 장비들이 차에 탑재되면서 일명 전자기방해(EMI)로 인한 장애가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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