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2월25일 무단 입북한 재미교포 대북 인권 운동가 로버트 박(29ㆍ한국명 박동훈)씨를 5일 전격 석방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북미간 석방 협상이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비교적 신속한 석방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박씨의 석방은 이전 사례와 많이 다르다. 지난해 북중 국경선을 넘은 미국인 여기자 2명은 140일 동안 억류됐지만 박씨는 불과 42일만에 석방이 결정됐다. 박씨가 북한 체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자진 입북했다는 정황상으로 볼 때도 의외의 결정이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과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석방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6자회담과 다자회담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국을 향해 평화협정회담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박씨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또한 북측은 박씨의 입북이 개인적이고도 충동적인 행동에서 빚어진 사건인 만큼 그를 계속 붙잡고 있어 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반기문 유엔 총장이 박씨 석방을 촉구하고, 국제 인권단체들도 북한 인권 문제와 박씨 석방을 함께 거론하는 상황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전한 박씨의 북한 내 기자회견 내용은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통신은 박씨가 "서방의 악선전에 기만당해 저지른 죄과를 심각히 반성하게 됐다" 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입북 당시 북한 인권 운동 조직인 '자유와 생명 2009'대표로 활동하던 박씨는 미국 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로 중국에서 활동하다 북한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방북 전 "기독교인으로서 북에 들어가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며 미국 정부가 나를 구해주기를 원치 않는다"며 "북한 정치범 수용소가 해방되기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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