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유럽의 재정적자가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의 긴축조치와 미국의 금융규제 강화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는 와중에 터져 나온 악재여서 더욱 불길하다. 문제의 발단인 그리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2.7%로 유로존 국가들 평균치(6.4%)의 두 배나 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재정적자도 위험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침체를 극복하려고 나랏돈을 쏟아 붓다 보니 곳간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럽 일부 국가의 신용불안이 세계 경제위기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럽은 통합경제권이어서 그리스 등의 국가 부도를 방치할 경우 유럽 전체가 도미노처럼 흔들릴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비교적 사정이 나은 독일 프랑스 등이 진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단 1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 특별정상회의가 사태 수습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근본적 재정적자 해결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재정적자 또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경기침체 과정에서 엄청난 부채를 쌓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재정 위기의 리허설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경기 회복의 강도가 약해 당분간 증세와 긴축재정을 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2%로 양호한 편이지만, 국가부채나 다름 없는 준정부기관 및 공기업 부채를 합치면 거의 선진국 수준이다. 부채증가 속도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재정건전성 강화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파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제 부동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주가와 환율이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수출 대상인 만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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