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6년이 지났다. 처음 등단하였을 때,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자격증 여부를 물었다. 그런 것 없다고 하였더니, 그러면 내 글을 그곳에 계속 발표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것도 아니라고 하였더니 적이 실망한 눈치였다.
네 번째 시집을 냈다. 여기저기에서 축하 전화도 꽤 받았다. 그리고 며칠 전 인세를 받았다. 그런데 인세가 없다. 아니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다. 특별한 직업 없이 글 쓰는 일만 하고 있으니, 마땅히 책을 내어 돈을 벌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3년 만에 책을 냈으니 남들의 3년 수입에는 못 미치더라도, 일정한 수입은 보장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림자도 없다. 개인적으로 구입한 책값이 인세를 넘었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책을 샀으니 기회가 될 때 서명을 해달라고 한다. 이런 분은 고맙기 그지없다. 그러나 다짜고짜로 책을 달라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난감하다. 나는 글 쓰는 게 직업이라고 말해줘도 알아듣지 못한다. 한 권의 책을 주고 나면, 열 권의 책을 팔아야 본전치기를 한다.
책을 내고 나서도 별도의 수고가 뒤따른다. 일일이 서명을 하고 주소를 적고 봉투에 넣는 작업을 해야 한다. 거기에 우편요금이 덤으로 붙는다. 시간 뺏겨 고생하고, 자기 돈까지 더해 책을 보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인세는 사라지고 카드 빚만 남는다. 이게 2010년 대한민국 시인의 모습이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애써 쓴 원고를 내준다는 데가 없어서 몇 년째 들고 다니는 시인이 부지기수다. 자비를 들여 내자니 그 결과가 빤한 것이라 그렇게 할 수는 없고, 고치고 고쳐서 출판사에 투고를 하면 퇴짜 맞기 일쑤다.
출판사도 책을 내어 보아야 팔리지 않으니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고를 수밖에 없다. 등단은 했으나 원고 청탁 한 번 받지 못한 시인도 있다. 이른바 개점 폐업이다. 시인이 되려고 비싼 등록금 들여 대학 나오고 등단도 하였지만, 시인으로 활동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잘 나간다는 시인도 사정이 별반 나을 게 없다. 활발히 활동하는 시인은 1년에 몇 십 편의 시를 발표한다. 하지만 고료가 없다. 편당 3만~5만 원이 책정되어 있지만, 그것을 요구할 상황이 아니다. 잡지사 사정이 어려운 줄 알기에, 고료는 자연스레 잡지 구독료로 바뀐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하는가. 대학이나 언론사로 가는 게 가장 안정이 된다. 하지만 교수나 기자를 아무나 할 수 있던가. 그래도 애를 쓰고 학위를 마친다. 박사 시인이 넘쳐난다. 그러나 설 자리는 없다. 그래서 잡다한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고료 수입으로 50만원을 넘게 버는 경우가 드물다.
다른 방법을 모색한다. 소설을 쓰고, 동화를 쓴다. 동시로 다시 등단하거나 상금을 꽤 주는 아동문학상에 응모한다. 개중에 몇몇은 성공한다. 하지만 그 시장마저 포화상태다.
시인에게 시집은 몇 년간 농사지어 얻은 쌀 가마니다. 그걸 팔아야 먹고 산다. 그런데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 시인들이 제 먹을 양식을 다 꺼내준다. 그리고 자기는 주린 배를 움켜쥔다. 그렇게 겨우 살아남아 또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밤을 새운다.
시인이 없었다면, 우리말이 이만큼이나마 풍성해 질 수 있었을까. 한 조각 언어를 다듬기 위해 대책 없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이 땅의 시인들이다. 사람들아. 시집 좀 사라. 그것이 이 땅의 시인을 살리고, 모국어를 풍성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대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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