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박지은. 대한의 딸 만세." "대단합니다. 덕분에 행복하네요. 박 사범님 고마워요." "박 사범 추카추카. 감동 만땅. 아시안게임서도 큰 활약 부탁해요."
'반상의 여전사' 박지은이 제8회 정관장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3라운드 최종국서 중국팀 주장 리허를 물리치고 한국에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안긴 4일 저녁 사이버오로 한게임바둑 타이젬 등 주요 인터넷바둑사이트 댓글창은 한 마디로 감격과 환호의 도가니였다.
최근 각종 세계대회서 한국바둑이 남녀 모두 '황사 돌풍'에 휘말려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던 차에 모처럼 날아든 한국 낭자군의 승전보에 바둑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신이 나서 댓글창에 축하인사를 올리며 즐거워했다.
사실 지난 1일 중국 광저우에서 정관장배 본선 3라운드 경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한국의 우승 전망은 매우 희박했다.
중국의 선봉장 왕천싱이 1라운드 첫 판부터 내리 3연승을 거두고, 차오요윈이 2연승을 하는 등 초반부터 중국이 강세를 보여 2라운드가 끝나자 중국은 주장 리허를 비롯 3명이 건재한 데 반해 한국과 일본은 박지은과 스즈키 아유미 각각 한 명씩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지은이 홀로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모두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여자프로기사 가운데 유일한 9단이며 그동안 세계 기전에서 세 번이나 우승, 지난 수 년간 바둑팬들의 인터넷 투표에서 이창호와 더불어 최고 인기기사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박지은이 역시 이름값을 했다.
1일 열린 3라운드 첫 판에서 작년 대회서 6연승을 거뒀던 만만찮은 승부사 송롱후이를 완파하며 첫 단추를 기분 좋게 꿰자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2일 두 번째 판에서 일본 주장 스즈키 아유미를 가볍게 제쳤고 3일과 4일에 잇달아 중국의 베테랑 예꾸이와 지난 대회서 자신에게 패점을 안겼던 리허까지 거침 없이 몰아붙여 결국 한국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광저우는 한국 여자바둑에게는 행운의 땅이다. 지난 2007년 5회 대회서 이민진이 막판 5연승을 거둬 단체전 첫 우승을 일궈낸 곳이 바로 광저우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오는 11월 열리는 아시안게임서도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여자바둑은 그 동안 중국에 비해 전체적으로 기량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한국기원에서는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작년말부터 여자상비군을 구성, 양재호 감독과 윤성현 코치가 마치 연구생 교육을 방불케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박지은은 그 동안 목진석 김지석 강동윤 박정환 등 쟁쟁한 신예강자들로부터 특별 트레이닝을 받은 게 큰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지은은 이번 3라운드서 전보다 훨씬 강해진 기량을 보이면서 네 판 가운데 세 판을 통쾌한 불계승으로 끝냈다. 승부 결과 뿐 아니라 바둑 내용 면에서도 중국과 일본의 강자들을 시종일관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은의 대국을 인터넷에서 해설한 백홍석과 홍민표 등 남자기사들도 상대의 실수를 정확히 응징하는 그의 매서운 공격력에 감탄하면서 "박지은이 최근 더 강해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정관장배 우승 상금은 7,500만원. 박지은 김혜민 박소현 윤지희 김윤영 등 출전선수 5명이 이번 대회서 거둔 성적을 감안해 분배한다. 4연승을 거둔 박지은은 별도로 지삼세트 4개를 연승상으로 받았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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