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 지음 휴머니스트 발행ㆍ각 권 208~280쪽ㆍ1만~1만2,000원
대학에서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를 공부한 뒤 서른셋 나이에 잡지 '뿌리깊은 나무' 초대 편집장을 맡았던 철학자 윤구병(67ㆍ사진)씨. 그 후 대학에 안착했지만 윤씨는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직을 포기하고 1995년부터 변산반도의 농촌으로 들어가 새로운 문화를 꿈꾸는 변산공동체를 꾸리고 있다.
대학 강단에서 15년을 보내고 농사꾼으로 15년을 일한 그가 1970년대초부터 2000년대까지 이곳저곳에 발표한 글을 3권의 책으로 묶었다. 모두 112편의 글이 실려있는데 소재는 개인적 사연부터 사회문제까지 범위가 넓다. 젊은 시절 소비적인 삶의 방식을 반대하는 자신과 그런 태도는 허위에 불과하다고 꾸짖는 아내와 벌였던 부부싸움 이야기, 대학졸업_대기업 취직이라는 무난한 길 대신 요리를 공부하겠다고 나선 딸 때문에 노심초사했던 사연, 전통문화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고 한창기 '뿌리깊은 나무' 발행인과의 추억, 전교조가 합법화 투쟁을 하던 무렵 이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에게 쓴 편지 등을 아우른다.
소재와 형식은 다양하지만 이 글들은 "왜 나는 공동체적 삶을 꿈꾸는가" "왜 나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중시하는가" "왜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되는 교육을 꿈꾸는가" 등 윤씨가 평생 씨름해온 문제에 대한 고민과 답변으로 볼 수 있다.
변산공동체는 이런저런 평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윤씨의 상상력과 추진력이 극단까지 치달은 프로젝트라고 할 수도 있다. 마을 노인들이 '늙은 호박처럼 익은' 연륜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은 산과 들판과 바다에서 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과 더불어 뒹굴며 살아가는 이 공동체의 모습을 담은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 에 실린 글들이 특히 흥미롭다. 꿈이>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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