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제일주의 기업, 거대기업 눈치 정부… 도요타 사태의 공범"
"1초간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걸 결함이 아니라고 하는 걸 듣고 놀랐다. 도요타가 더 분명하게 해명하고 사죄해야 한다."
최근 잇따른 도요타의 리콜 사태는 우연인가 필연인가. 2년 여 전 <도요타의 이면> 이라는 책을 통해 도요타의 문제를 고발했던 와타나베 마사히로(37)씨는 7일 이번 리콜이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도요타의 성장일변도 정책이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광고수입에 숨 죽이는 일본 언론과 이 거대기업과 불편해지고 싶지 않은 일본정부의 친기업 정책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도요타의>
가속 페달, 브레이크 등 인명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 결함으로 1,000만 건이 넘는 리콜에 직면한 도요타의 문제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기자를 거쳐 2004년부터 인터넷 매체 '마이뉴스재팬' 대표 겸 편집장을 맡고 있는 와타나베씨에게서 들었다.
-도요타 리콜 문제에 관심 가진 계기는.
"일본에서는 자동차 리콜 발표의 경우 언론이 각 사 발표 때마다 보도를 하지만 그것을 종합해서 연간 얼마라든지, 생산대수에 비해 어떻다든지 하는 간단한 분석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리콜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내가 갖고 있는 차도 리콜 대상이라는 걸 알았다.
또 다른 계기는 2004년 말 일본의 일류 기업을 평가한 내용을 담은 <여기가 일하고 싶은 회사다> 라는 책을 낸 뒤 주간지에 관련 내용을 기업의 평점 일람표와 함께 기획기사로 쓴 것이다. 모두 23개 회사였는데 주간지 게재된 표에는 점수가 별로 높지 않았던 도요타만 쏙 빠져 있었다. 도요타는 광고를 그런 기사가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가>
-도요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당시는 자동차 회사별 리콜 건수 집계 자료도 없었다. 어렵사리 자료를 모아 이를 각 사의 판매대수와 비교했더니 도요타는 2004년부터 3년 연속 연간 리콜 건수가 판매대수보다 많았다.-와타나베씨에 따르면 도요타의 일본 국내 리콜 대수는 2004년 188만대(판매 173만대), 2005년 188만대(170만대), 2006년 1~7월 109만대(105만대)이다)- '리콜왕'이라고 불러야 할 규모다."
-도요타가 안고 있는 문제는.
"광고선전비 1,000억엔 이상을 입막음의 대가처럼 뿌리고 있다. 거기에 장단 맞춰 언론은 입을 다문다. 도요타는 주변의 의견을 절대 듣지 않는다. 매우 독선적이다. 기사 내용에 간섭해 광고비 상한을 정하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월간지에 일본 주요 기업을 하나씩 다루는 연재 기사를 쓰고 있는데 처음부터 도요타는 다루지 말라고 한다. 그 월간지의 뒷표지에 늘 도요타 전면광고가 실리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대응 방식을 알기 때문에 편집자들이 알아서 기는 것이다.
정부 당국도 마찬가지다. 리콜 제도 자체가 미국은 문제가 생기면 모두 당국에 보고하고 리콜 처리토록 일원화해 있지만 일본은 리콜 전단계로 '서비스 캠페인'이라는 걸 두어 결함 차량을 자동차 회사가 선의를 베풀어 고쳐주는 것처럼 하고 있다. 위험한 자동차 랭킹 같은 기사를 쓰려고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자료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조차 예를 들어 박람회 등 여러가지 일에서 도요타에 '신세'를 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떠들지만 않는다면 일부러 도요타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기 원치 않는 것이다."
-도요타의 리콜 비율이 특별히 높은가.
"그렇지는 않다. 리콜 비율은 미쓰비시(三菱)나 혼다가 더 높을 때도 있다. 하지만 도요타는 판매대수가 많기 때문에 리콜 건수로 보면 월등히 많다. 리콜 건수가 많다는 건은 문제가 있는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사고로 숨질 확률도 그만큼 높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도요타의 성공은 과장된 것인가.
"도요타의 품질이 결코 낮다고는 할 수 없다. 생산 효율이 높은 것도 틀림없다. 하지만 그 때문에 생겨나는 과로사 등 문제도 적지 않다. 하청업체, 외국인 노동자 처우 등에도 여러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정부도 이런 문제에 주목해 도요타 공장의 인권문제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해 도요타가 해명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최근 대규모 리콜 사태의 원인은.
"우선 도요타 자동차에 부품 불량 문제가 잠복해 있었다는 점이 제일 크다. 도요타가 체질을 바꾸지 않고 확대일변도로 경영해온 것이 원인이다.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또 한 가지 리콜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문제가 터졌을 때 여론의 반응 등에 따라 리콜 대상 차량의 기준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하는 측면이 있다. 지금은 미국의 반응이 거세지면서 리콜 결정 기준이 매우 낮아진 상황이다. 이 상황이 지금처럼 불황이 아니라 2년 전처럼 호조였다면 리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대응이 감정적인 '도요타 때리기'라는 비판도 있는데.
"지난해 제너럴 모터스(GM) 파산 이후 강화된 미국민의 국수주의적인 정서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의회의 움직임에는 GM 등 미국 자동차업계의 로비가 간여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반응보다 이를 계기로 도요타가 반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향후 리콜 사태를 어떻게 전망하나.
"도요타가 일정 기간 확대 노선을 거두고 철저한 품질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미 그런 방침을 표명하고 있다. 그렇게 한다면 당장은 판매 대수가 늘지 않겠지만 1년 정도 후에는 다시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기술력에서 도요타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틀림 없기 때문이다."
도쿄=글ㆍ사진 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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