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8년 촛불집회에 관여했던 일부 문화단체에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시위 불참 확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한국작가회의 등에 따르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달 문예진흥기금 지원이 결정된 작가회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대구지부에 최근 공문을 보내 '본 단체는 2008년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소속돼 있으나 실제 불법ㆍ폭력 시위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향후 불법ㆍ폭력 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 반환뿐 아니라 관련 일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10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작가회의는 올해 기관지인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 제작비 2,000만원, 연례 행사인 '세계 작가와의 대화' 개최 비용 1,000만원, 4ㆍ19 50주년 기념 심포지엄 개최 비용 400만원 등 총 3,400만원을 문예진흥기금에서 받기로 돼 있다. 민예총 대구지부에는 1,500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소설가, 시인 등 2,300여명의 회원을 가진 작가회의는 국내 대표적 문인단체이다.
작가회의는 6일 이사회를 열고 "확인서 제출 요구는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는 모욕적 처사인 만큼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도종환 사무총장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확인서 제출 거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문화예술위에 이번 요구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공개 질의서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회의는 20일 열리는 총회에서 구체적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작가회의 내부에서는 기관지 무기한 정간, 해외 작가들을 상대로 한 호소문 발송, 조직적인 대정부 항의 글 발표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위는 "예산 집행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의 지침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윤정국 문화예술위 사무처장은 "이들 단체에 기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은 맞지만 아직 지원금이 교부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부 지침에 따라야 예산이 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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