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른 새벽 TV에서 한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봤다. 주제는 최근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값이 오를 것이란 의견과 이미 대세 하락에 들어섰다는 주장이 맞섰고, 미분양 책임소재와 해결방안 등을 놓고서도 날 선 대결이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토론 프로가 그렇듯, 이날도 시각차만 확인됐을 뿐 명확한 결론은 없었다.
뜬금없이 지난 방송 프로그램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관가(官街)에서조차 토론프로와 같은 서로 다른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2010년 경제정책 방향'발표를 통해 "시장불안이 우려될 경우 주택거래신고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시장상황을 봐가며 양도소득세 감면 재도입 등 미분양 해소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부동산 가격 불안과 미분양 문제란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한 발언이라 치더라도, 기획재정부가 이미 "양도세 감면 추가는 없다"는 입장을 굳힌 터라 정 장관의 발언은 시장이 달리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일말의 탈출구를 찾고 있는 시장 기대도 일단은 여기까지. 재정부가 4일 대통령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 투기우려지역에 대해 주택거래신고지역을 추가로 지정하고 세정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추가규제를 통한 시장 통제의 의지를 다시 분명히 했다.
정부가 같은 사안을 두고 엇갈린 메시지를 던졌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입장 정리가 안된듯한 모습은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곧 정부 정책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가의 메시지는 찬반양론에 대한 의견만 던져주고 결론을 내려주지 않는 TV토론 프로와는 다르다. 사안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일관되고 정돈된 정부만이 시장을 움직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법이다.
전태훤 경제부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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