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금융악재에 조선업계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업황이 호전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대형선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주가는 5일 유럽중앙은행(EDB)이 전날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국채 누적이 위험수준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동반 급락했다.
조선ㆍ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우리 조선업계의 유럽 의존도, 특히 국가 부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그리스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그리스는 보유선박 재화중량톤수(DWT) 기준으로 전 세계 선박의 18.5% 가량을 보유한 세계 1위의 해운강국. 그리스 선주들은 전 세계 상선의 6분의1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매년 600척 안팎의 선박 건조를 발주하는데, 금액 면에서 전체 발주액의 50~60%를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차지할 정도다.
게다가 최근 들어 조선업황에 대한 낙관론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클락슨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은 34척에 총 62만4,285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12월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9월(31척에 48만3,662CGT) 이후의 완만한 상승세가 완전히 꺾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발 악재가 완전히 새로운 소식이 아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 나빠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가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워진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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