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 입학자격시험(SAT) 시험지 유출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누가 봐도 조직적인 부정 행위인데도 핵심 관련자인 학원이나 학부모, 학생에 대한 수사는 소홀하다. 이 사건 이전에도 2006년 이래 네 차례나 비슷한 유출사건이 일어나 국제적 망신을 샀지만 그때마다 직접 유출자만 처벌하고 수사를 매듭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시험 부정을 심각한 범죄로 여기지 않고, 성적이라는 결과만 중시하고, 학생이나 학부모의 부정 행위에 온정적인 사회 분위기에 덧붙여 당국의 소극적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이 시험 부정의 온상이 돼 온 셈이다. 당국의 소극적 자세는 수사 확대에 따른 부담을 피하려는 것과 함께 학부모 등 관련자들의 은근한 압력 때문이라는 관측마저 무성하다.
SAT와 같은 국제인증시험 부정은 국내외의 다른 응시자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안긴다는 점에서만 문제가 아니다. 수 십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국가신용을 좀먹고 직접적 외화 낭비를 부른다. 2002년 GRE 시험 부정으로 국내에서는 전산망을 이용한 CBT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된 이후 응시자들이 시험 때마다 일본에 가느라 항공료와 숙식 비용을 떠안게 됐다. 2007년 5월 미국 간호사 자격시험(NCLEX)을 국내에서 치를 수 없게 된 것도 시험 부정 때문이다.
올해부터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지에서도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시험을 볼 수 있게 됐지만 가장 먼저 '해외 시험'을 제안한 한국이 대상국에서 제외된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시험 부정'오명이 붙으면 씻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각종 시험을 치르러 해외로 가야 하는 불편과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전문가들은 학원 강사나 학생의 부정행위도 문제지만 그에 대한 수사당국의 소극적 자세가 국제적 믿음을 해치는 주된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험 부정은 어디서나 터질 수 있고. 수사당국이나 법원의 근절 의지만 강해도 충분히 의심을 벗겨줄 수 있다. 시험 부정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각성과 함께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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