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당혹했다.
도요타의 위기가 첨단기술 강국 일본의 이미지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잇따른 리콜 사태가 사운을 걸고 개발한 친환경 차세대 전략차 프리우스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형 프리우스는 지난해 5월 판매 시작 이후 8개월 연속 일본 국내 신차 판매 1위를 기록한 도요타의 최고 인기 차종이다. 더구나 최근 대규모 리콜과는 달리 부품 조달과 생산이 모두 일본이었다는 점도 ‘품질 제일주의’를 앞세우는 도요타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
“추락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5일 프리우스 리콜 방침과 함께 잇따른 도요타의 리콜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프리우스는 신ㆍ구형을 포함해 지난해 세계에서 40만대 이상을 판 최대 판매 차종일뿐 아니라 도요타의 친환경전략을 상징하는 존재”라며 “문제가 장기화하면 실적뿐 아니라 도요타의 브랜드파워에도 헤아리기 어려운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잇따른 해외 대규모 리콜에 이어 국내 리콜 사태에 직면한 도요타의 초조함은 언론 보도 직후 4일 서둘러 프리우스 관련 기자회견이 마련된 데서도 뚜렷이 드러났다. 회견에 앞서 2009년도(3월 말 마감) 실적 예상치를 발표하면서 도요타 임원은 프리우스 문제와 관련해 “예상 밖의 일이 발생했다”며 표정이 굳어졌다. 이날 발표한 800억엔 흑자 전망에는 전세계 30만대 이상의 프리우스 리콜 비용과 그에 따른 판매 감소 영향은 반영이 안됐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품질보증담당 상무는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문제가 “결함이 아니다”고 애써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 도요다 아키라(豊田章男) 사장이 레이 라후드 미 교통장관과 전화 협의 후 내린 결론은 미일 정부에 보고한 뒤 리콜을 실시하는 쪽이었다. 전세계 판매량의 10% 정도인 한국 등 나머지 국가 판매분에 대해서는 리콜이 아니라 무상수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가 2009년도 실적 전망에서 리콜 관련 비용으로 반영한 액수는 1,700억~1,800억엔. 이 중 판매 감소분이 700억~800억엔을 차지한다. 하지만 추가될 프리우스 리콜 관련 비용과 “판매가 원상회복할 때까지 최대 6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하면 올 연도 리콜 비용 자체가 늘어날 뿐 아니라 다음 연도로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도요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더라도 미국의 경우 하원 청문회 등으로 화제가 이어질 경우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이 금세 수그러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열리는 청문회에서는 도요타 경영진이 직접 해명에 나서지만 답변 내용에 따라 소비자의 불만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게다가 미 정부는 현재 리콜 대상인 가속 페달뿐 아니라 도요타 엔진의 전자제어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조사할 뜻까지 밝히고 있어 사태가 한층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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