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서 쓰러져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10년째 투병해 온 프로야구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이 7일 오전 8시28분 끝내 숨졌다. 향년 41세.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방요양원에서 치료를 받던 임수혁은 이틀 전 감기 증세로 강동 성심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이날 오전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오면서 그대로 숨을 거뒀다. 병원측은 "급성 심장마비에 허혈성 뇌손상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서울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임수혁은 1994년 신인 2차 지명을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년째부터 공격형 포수로 주전 자리를 꿰찬 임수혁은 이후 마해영과 '마림포'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7년 차에 접어든 2000년,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4월18일 잠실 LG전서 1루에 출루한 뒤 후속 땅볼 때 2루로 뛰다가 쓰러졌다. 이후 이날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번도 일어나지 못했다.
응급조치가 늦어 심장 부정맥에 의한 발작 증세를 일으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것. 임수혁이 남긴 성적은 7시즌 통산 499경기 출전에 타율 2할6푼6리(1,296타수 345안타) 47홈런 257타점.
그 동안 야구인들은 임수혁 돕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롯데 선수단이 매년 주최한 임수혁 자선카페는 10년째 운영됐고, 지난해 4월에는 롯데-히어로즈전에서 '임수혁 후원 모금행사'도 열렸다. 팬들도 '임수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후원회를 결성해 2008년부터 매달 성금을 지원했다.
이날 오전 빈소가 차려진 서울 상일동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에는 아버지 임윤빈(66)씨와 아들 세현(16)군, 그리고 몇몇 취재진만이 자리를 지킬 뿐 조문객의 발걸음은 아직 뜸했다. 아버지 임씨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다. 부디 좋은 곳에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를 비롯한 8개 구단 선수들은 해외 전지훈련 중이라 곧장 빈소를 찾지는 못했다. 전훈지인 사이판에서 비보를 접한 롯데 주장 조성환(34)은 "너무나도 슬프고 충격적인 소식이다. 선수들과 팬들 모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본 고치에서 마무리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성근(68) SK 감독도 "안타깝다. 임수혁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운동장 시설과 선수 복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김영주(40)씨와 고교 입학을 앞둔 아들 세현군, 중학교 2학년 딸 여진(14)양이 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발인은 9일 오전 8시. (02)440-8912.
김종석 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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