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초ㆍ중ㆍ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난감하고도 애매한 달이다. 겨울방학은 2월 1일 전후로 끝나지만 새 학년 1학기는 4주 뒤인 3월에 시작한다. 2월 10일 이후 봄 방학 시작 전까지 수업이 진행되지만 제대로 된 수업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미 전년도 12월에 교과 진도가 모두 끝나고 학기말 시험까지 치른 상태라 더 가르치고 배울 게 없다. 날이 따뜻하면 야외 체험 학습을 가거나 영상물 시청으로 시간을 때운다. 고교생들은 종일 자율학습만 하다 귀가하기 일쑤다. 대학 입시를 향해 갈 길은 바쁜데 자습만 하자니 마음만 조급해진다.
▦학부모들도 '2월 학기'가 불만이다. 겨울방학 동안 나름의 계획에 따라 규칙적으로 생활해 오던 아이들이 2월만 되면 리듬을 잃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같아 속이 탄다. 한 달을 반분한 '2월 학기'와 봄 방학을 효율적으로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학습ㆍ여가 활동 프로그램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일부 학부모들은 아예 2월 학기 동안 현장학습을 하겠다고 학교에 신청하기도 한다. 겨울과 봄 방학의 단절에서 오는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학교 출석도 인정받으려는 심산인데, 자녀 교육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세태가 딱하고 안쓰럽다.
▦학교나 교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상 수업을 하자니 제 학년 공부를 마친 아이들의 학습 집중력이나 열기가 떨어질 게 뻔하다. 그렇다고 며칠 안 되는 '샌드위치 학기'를 위해 별도의 학습 교안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성적표ㆍ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전ㆍ입학생 처리, 새 학기 분반, 입학ㆍ졸업식 준비 등 학사 행정 업무가 2월 학기에 몰려 있어 정상적 수업 진행이 어렵다. 더구나 2월은 교사 정기 인사이동 시즌이다. 새로운 학교 환경에 적응하고 새 학기 수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쳐야 한다. 교실 분위기가 어정쩡해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2월 학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쓸모 없는 시간이 돼버렸다. 교육계에서 2월 학기의 폐단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아무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늦었지만 학생 교육에 공백이 없도록 2월 학기와 봄 방학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다. 모든 학사 일정을 12월 말에 끝내도록 하고 교원 인사도 그 때 예고함으로써 학생들이 겨울방학이 끝남과 동시에 새 교사와 함께 새 학년을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겨울방학이 너무 길다면 겨울방학 기간을 줄이고 대신 여름방학 기간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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