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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유출 수사, '몸통'엔 손놓은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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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유출 수사, '몸통'엔 손놓은 경찰

입력
2010.02.0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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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지 유출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문제지 유출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학원이나 학부모 수사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축소 부실 수사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월 태국에서 문제지를 빼낸 뒤 시차를 이용해 미국 유학생 2명에게 보내준 혐의를 받고 있는 학원강사 김모(37)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18일 김씨를 불구속 입건한 뒤 아직까지 수사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문제지를 전달받은 학생이나 학부모에 대한 조사는 전혀 하지 않았고, 김씨가 소속된 학원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별다른 수사 움직임이 없다. 김씨 계좌추적이나 학원 압수수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이 김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시점은 지난해 6월이었다. 학원 관계자는 "다른 학부모가 시험지 유출 사실을 알고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경찰 관계자도 "지난해 6월 첩보를 입수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 내사가 진행되자 지난해 9월께 미국으로 출국했고, 유출된 문제지를 넘겨받은 두 학생도 지난해 8월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연말 김씨가 귀국하고서야 조사를 시작했는데, 그 사이 강사와 학생, 학부모가 말을 맞출 시간을 충분히 준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당시 첩보 수준의 수사였기 때문에 (김씨와 학생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도 "학부모는 사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단서가 나오지 않은 이상 조사할 계획이 없다"며 밝혔다.

학원 강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문제지를 빼내 특정 학생에게 건네준 사실이 확인됐고, 학원가에선 학부모들이 문제지 유출 대가로 강사에게 거액을 제의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경찰은 이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경기 가평의 한 시험장에서 SAT 문제지를 빼돌리다 잡힌 R학원 강사 장모(36)씨에 대해서도 10여일 동안 수사 끝에 단독범행으로 결론 짓고 3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R학원 대치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학원측의 문제지 유출 개입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해 5월 서울 광진구의 한 외국인학교에서 SAT 문제지를 들고 달아난 혐의로 대학생 김모(21)씨와 정모(21)씨를 붙잡았을 때도 학원에 대한 수사에는 소극적이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광진경찰서는 정씨가 범행 직후 S학원 관계자와 통화한 내역을 파악하고서도 학원 관계자 1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데 그쳤고, 김씨와 정씨만 건조물 침입 및 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SAT 문제지 유출은 학원가에선 수년 전부터 관행이 되다시피 한 공공연한 비리였다. 서울경찰청이 수사 중인 R학원 납치ㆍ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스타강사 손모(39)씨는 "학원이 강사나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시험장에서 문제지를 빼내오게 한 뒤 교재로 만들어 수강생들에게 배포해온 것은 학원가에서는 다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경찰이 학원 한 군데만 제대로 압수 수색해 기출 문제지나 이를 편집해서 만든 교재만 확보해도 학원의 개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2006년 5월에는 서울 H외고가 문제지 사전 유출을 이유로 시험주관사인 ETS로부터 SAT 공식시험장 자격을 박탈당했고, 2007년 3월에는 ETS가 기출 문제가 유포됐다는 이유로 1월에 시행된 SAT 시험 한국 응시생 900여명의 성적을 무효 처리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이 때도 경찰은 손을 놓고 있었다.

학원 관계자는 "경찰이 문제지를 유출하다 걸린 몇 명만 잡아 솜방망이 처벌을 하다 보니, 학원들이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더욱 대담하게 문제지를 유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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