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에 따른 세종시는) 사회주의적 이념을 적용한 도시라고 들었다."
세종시 수정안 전도사로 나선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최근 이 같은 논리로 세종시 원안을 꼬집었다.
권 실장은 청와대에서만 4명의 대통령(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을 보좌했을 정도로 경제 분야에서 실력을 갖춘 관료로 평가 받는다. 그런 권 실장이 자기 부정성 발언을 했다. 그는 3일 한나라당 친이계 모임에 참석, "(과거에는)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이뤄질 때면 공무원을 안 할 것이니 상관 없다는 이기적 생각을 했다. 의원 여러분은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있던) 2005년 내가 했던 실수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4일엔 자신이 보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칭해 "당시 노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운동을 했다"고도 했다.
권 실장이 연일 거칠고 튀는 메시지로 수정안 홍보에 나서자 야권과 친박계는 "과잉 충성"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는 충청권 주민을 향해 "세종시 원안을 고집한다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다른 지역에 줄 것"이라는 엄포성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수정안을 발표할 때는 '원안 고수'를 낭떠러지로 향하는 것으로 표현해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권 실장은 추진력과 말솜씨가 뛰어난 관료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3년 멕시코에서 열린 G20회의장에서 "모든 딸들은 아빠를 닮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모든 엄마들은 슬퍼서 우는 듯하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세종시는 권 실장 표현대로 '국가의 백년대계'와 관련된 문제다. 입담보다는 2003년 뉴욕으로 급파돼 한국의 신용등급 하향을 막았던 권 실장의 우직함이 필요할 때다. 차분한 논리와 부드러운 표현으로 접근해야 세종시에 대한 건전한 토론도 가능할 것이다.
장재용 정치부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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