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입법예고 이후 어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불붙은 세종시 논란은 착잡함을 자아내기에 족하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여당 내 계파 간의 대결이 일반적 예측과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나는 모습이 우선 놀랍다. 현재의 대결 양상에 비추어 국회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도저히 그 끝을 점치기 어렵다. 그런데도 무작정 평행선 긋기에 열을 올리는 정치권의 무책임과 무감각은 더욱 답답하다.
정치 합리화와 효율화를 겨냥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해도 산적한 현안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 2월 임시국회가 아무런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소모적 논쟁에 떠내려가고 있다.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논리도 그렇지만 정치적 이해가 상반돼 애초에 합리적 접점을 기대할 수 없는 쟁점이라면 차라리 옆으로 밀쳐두는 게 낫다. 정부의 입법예고 전부터 끊임없는 논란에 휘말린 결과 벌써부터 감정싸움 양태를 보이는 논쟁을 거듭하는 것처럼 헛된 일이 없다.
어제 정운찬 총리는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입장이) 달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총리 자신은 수정안에 반대하는 야당, 특히 여당 내 친박 계열을 겨냥해서 큰 마음 먹고 한 말이겠지만, 실은 정 총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논쟁 참여자들에게 두루 해당하는 말이다. 할 일이 그렇게 많다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국가적 활로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그토록 긴박하다면서 어떻게 이 문제에 이렇게 매달릴 수 있는지, 정말 야속할 지경이다.
무용한 논란이 길어져 사회적 비용이 늘고 국민의 심리적 피로가 커질 경우의 궁극적 정치 책임이 어디로 귀결할 것인지를 따져 보라. 정치 현실상 야당에게는 어느 정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허용돼 있는 셈이다. 심하게 생떼를 쓰더라도 그 의미는 반감되게 마련이다. 친박 계열도 국정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다는 점에서 부분 면책의 조건을 충족한다. 결국 정부와 여당 내 친이 계열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책임임을 묘하게 당사자들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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