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13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하게 됐다. KBS와 MBC가 방송권을 나눠달라며 지난달 26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낸 분쟁조정 신청을 2일 SBS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경기 개막까지 이제 8일밖에 남지 않아 방통위도 손을 쓸 방법이 없다. KBS MBC는 소송까지 불사할 태세다.
KBS와 MBC는 캐나다에는 가지 못하더라도 방통위의 조정으로 현지에서 영상을 받아 중계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당초 방통위는 SBS가 조정을 받아들일 경우 8일께 조정안을 낼 예정이었다. 박영문 KBS 스포츠국장은 "개막 5일 전(8일)까지만 SBS가 영상 전송을 허용한다면 한국에서라도 중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마저 불가능해 보인다. SBS 관계자는 "무성의한 협상 태도로 일관해온 KBS, MBC가 이제 와서 무임승차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공동중계 의사가 전혀 없음을 확실히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BS는 그해 8월에 동계(2010, 2014년), 하계(2012, 2016년)올림픽 방송권을 7,250만 달러에,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방송권을 1억4,000만 달러에 단독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그 해 5월 30일 올림픽과 월드컵 방송권 협상 창구를 한국방송협회 산하 올림픽ㆍ월드컵 특별위원회(코리아 풀)로 단일화하자고 방송 3사 사장들이 합의서에 서명한 지 2개월여 만의 일이었다.
SBS 관계자는 "당시 다른 대행사들이 방송권을 따내려고 과도한 경쟁을 벌여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를 수도 있었다"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계약하기 위해 다른 방송사들과 협의하지 못한 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KBS와 MBC의 입장은 다르다. SBS가 협상 창구 단일화 이전인 2006년 5월 8일 이미 스포츠 마케팅 업체인 IB스포츠와 방송권을 공동 구매키로 합의문까지 작성해놓고 코리아 풀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박영문 국장은 "코리아 풀에 참여해 입찰 가격(6,300만 달러)을 알아낸 뒤 그보다 950만 달러 높은 가격에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신의를 저버린 행위"라며 "그 결과 지나친 국부 유출까지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이후 양측은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좀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KBS, MBC가 속을 끓이고 있지만 SBS의 계약 파기를 대놓고 비난할 처지는 아니다. 1996년 이후 KBS는 4번, MBC는 2번 스포츠 중계에 관한 약속을 깬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표 참조)
법정 다툼으로 갈까
KBS, MBC는 당장 동계올림픽 뉴스 방송이 걱정이다. KBS는 2일 취재ㆍ카메라 기자 각 3명, MBC도 비슷한 수준으로 보도 필수인원에 대한 출입증을 나눠달라고 요청했으나 SBS가 받아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SBS 관계자는 "이미 출입증 발급이 끝나 두 방송국 기자들에게 출입증을 나눠주려면 SBS 파견 인원을 줄여야만 한다"며 "단독 중계를 위해 200시간 정도를 편성했고, 이에 맞는 인원을 구성했기 때문에 10여명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도 필수 인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KBS, MBC는 아예 기자를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진화 KBS 스포츠사업팀장은 "최소 인원으로 제시한 6명을 다 보낼 수 없으면 제대로 취재를 할 수 없다"면서 "차라리 캐나다에 가지 않고 한국 선수의 수상 소식만 단신으로 방송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잔뜩 약이 오른 KBS와 MBC는 방송권 분배에 관한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동계올림픽은 포기해도 6월에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을 비롯해 2012년 하계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를 SBS 혼자 독식하는 것을 앉아서 구경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도윤 MBC 스포츠기획제작부장은 "6월 월드컵을 앞두고 4월 초까지는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