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했지만 경찰의 사건 조작으로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고문 후유증으로 숨진 어부 5명에 대해 법원이 43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 장병우)는 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각각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 받고 복역한 백남욱씨 등 어부 5명에 대한 재심에서 "간첩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수사관들이 1967년 피고인들을 영장도 없이 불법 연행해 30~92일간 불법 감금한 상태에서 수사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 등 가혹행위를 하고 허위사실을 강요한 점이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증거능력이나 신빙성이 없는 증거를 믿고, 공소 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는 잘못을 범했다"고 밝혔다.
백씨 등은 1967년 7월12일께 백령도 근해에서 병치잡이 조업을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피랍돼 한 달 가량 억류됐다가 귀환한 뒤 경찰 조사를 받고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러나 이듬해 12월 전북 부안경찰서 등에서 불법 구금돼 납북 당시 행적 등을 조사 받는 과정에서 고문과 협박을 견디다 못해 간첩 혐의를 허위 자백한 뒤 기소됐다.
백씨 등은 법원에서"가혹행위 때문에 허위 자백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징역형을 선고 받고 만기 복역한 백씨 등은 출소 후 고문 후유증으로 병원을 전전하다 숨졌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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