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상태에 놓인 중견 건설업체들이 해외 신흥시장(아프리카ㆍ구 소련 등)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여전히 시황이 불투명한 국내와 대형 업체가 선점한 중동 대신, 신규 개척의 어려움은 있으나 그만큼 경쟁이 덜한 신흥시장에서 마진율 높은 사업을 확보해 워크아웃 졸업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복안이다.
우림건설은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네갈의 카림와데 선임장관이 참가한 가운데, 수자원개발과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 이 나라 국책 사업에 본격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우림건설은 이미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4조5,000억원(매출 기준) 규모의 복합단지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세네갈과의 이번 협력을 계기로 서아프리카 지역의 토목ㆍ플랜트 공사 수주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풍림산업은 러시아와 동남아 시장을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다. 올해를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고 러시아와 파푸아뉴기니 등에서 플랜트 사업을 중심으로 4,000억원대 규모의 물량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풍림산업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는 안인식 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데, 극동건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안 사장은 업계에서 '해외 플랜트 공사'의 베테랑으로 통한다.
경남기업과 이수건설도 '안에서 잃은 것을 밖에서 찾겠다'는 분위기다. 베트남(하노이 랜드마크 타워)과 알제리(시디압델라 신도시) 등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경남기업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와 에티오피아 등에서도 물량을 확보해 2010년 수주 목표(2조7,000억원)의 절반 가량(1조3,000억원)을 해외에서 이뤄낼 계획이다. 이수건설 역시 공사가 진행 중인 아프리카 리비아와 시에라리온 외에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수주를 준비 중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국내 보증기관의 보수적 관행 때문에 워크아웃 건설업체의 이 같은 노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해외건설 수주에는 보증기관의 보증이 필수적인데,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증서 발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관행 때문에 애써 수주를 해 놓고도 외국 경쟁업체에 넘겨준 공사가 지난해만 40억달러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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